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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Jan 08. 2019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


<주먹왕 랄프 1>은 내가 호주에 있을 때 개봉을 했기 때문에, 호주에서 자막 없이 봤던 기억이 난다. 원래 제목이 <Wreck-it Ralph>여서 발음하기가 힘들어 웃기도 했다. (뤡일뢆!) 어쨌든 1편을 보던 때, 시작부터 울었고 끝날 때는 거의 통곡을 했던 기억 때문에 2가 나온다는 소식이 너무 반가워서 개봉하자마자 꼭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개봉하기 전부터 예고편을 섭렵했다.


https://youtu.be/SHV_7Kh2XKA

무엇보다도 예고편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총집합했다는 소식에 보편에 대한 기대는 더 커져갔다. 디즈니 공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었다.


<주먹왕 랄프2>는 바넬로피의 게임을 살리기 위해 바넬로피와 랄프가 인터넷 선을 타고 다른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전부터 바넬로피는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꼈던 차였는데, 랄프는 그런 바넬로피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렇게 평화롭고 행복한데 대체 왜? 바넬로피는 랄프가 서운함을 느낄까 봐 본인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숨기게 된다.

인터넷 속으로 들어온 바넬로피와 랄프는 말 그대로 '세상'과 만나게 되는데, 이때 나타나는 광활한 세상은 그야말로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인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넬로피와 랄프가 세상과 만나는 순간

<주먹왕 랄프2>는 인터넷 세계를 아주 잘 표현한 영화다. 곳곳에 익숙한 사이트들 (유튜브, 인스타그램, 구글, 아마존 등등)이 보이고 트위터는 파랑새가 짹짹거리는 것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 정말 그 표현력이 훌륭하다고밖엔 할 수 없다. 

여러 사이트를 젅던하는 모습(좌)와 귀찮게 뜨는 팝업에 접속하는 모습(우)

디즈니 영화는 그 특성상 인물들의 성장을 다룬다. 이번 편에서는 랄프와 바넬로피가 서로를 떠나 각자의 성장통을 겪는 이야기였다. 바넬로피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모험을 하고 싶어 하지만 랄프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랄프에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랄프는 바넬로피와 함께 있는 것을 더 원하고 모험을 하려는 바넬로피를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랄프의 집착이 바넬로피와 랄프의 관계를 망칠 뻔하게 만든다.

둘은 새로운 친구 관계를 만든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미숙한 이들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슬로터 레이스의 갱단(좌)과 두목 섕크(우)

바넬로피가 새롭게 만난 섕크는 바넬로피뿐만 아니라 랄프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인터넷의 특성상 '슬로터 레이스'라는 게임은 유저들이 참여하여 매번 트랙도 바뀌고 경기 내용도 바뀌는데, 이는 바넬로피가 원하던 바로 그곳이었다. 바넬로피는 이 곳에 남길 원하고, 랄프는 섕크에게 친구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분노한다.

섕크라는 캐릭터는 기존에 디즈니에서 그려낸 적이 없던 캐릭터다. 공주도 아니고, 남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분명 자신의 힘으로 갱단의 두목이 되었을 것이다. 바넬로피는 섕크를 좋은 롤모델이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라이벌로 생각을 하고, 그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한다.


바넬로피와 랄프는 '모험'과 '안정'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를 인생의 중심으로 가지고 있다. 세상은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자의 이해관계는 늘 충돌하기 마련이다. 다만 '친구'라면 서로를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서로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주먹왕 랄프2>는 단순히 캐릭터들만의 성장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동안 획일화된 공주들을 찍어냈던 디즈니 자체의 성장도 그려내고 있다. 디즈니 공주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그렇다.

공주 대기실에서 편한 옷을 입고 있는 디즈니 공주들(좌)과 함게 셀카 찍는 포즈를 취하는 공주들(우)

엄밀히 따지면 엘사는 공주가 아니라 여왕이지만, 이들은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도 공주라고 말하는 바넬로피에게 질문 세례를 던진다. "마법의 머리카락이 있니?"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니?" 그리고 디즈니 자신을 향한 비판의 말도 가감 없이 쏘아붙인다. "독사과를 먹은 적 있어?" "저주를 받은 적은?" "어릴 때 납치되어서 감금된 적은 있니?" 바넬로피는 지극히 평범한 대답을 한다.

"경찰을 불러줄까?"

하지만 가장 압권인 것은 바로 이 질문이었다.

"사람들은 너의 문제를 힘세고 강한 남자가 해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바넬로피가 그렇다고 대답하니, 공주들은 입을 모아 "She is the Princess!"라고 외친다.


디즈니는 이제껏 공주의 역할을 이렇게 한정시켰다는 것, 여자 아이들의 롤모델을 '힘세고 강한 남성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공주'로 만들어 왔다는 것에 대한 반성을 이와 같이 보여주었다.

아마 이것 만으로도 <주먹왕 랄프2>를 봐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디즈니가 미디어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사람들마다 다른 감상 포인트들을 집어 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반성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반성이 있다면 이어지는 것은 바로 성장이다. 랄프가 자신의 욕심으로 바넬로피를 힘들게 했던 것을 반성하고 한층 성장한 것처럼. 바넬로피가 솔직하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랄프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계를 성장시킨 것처럼.


이 영화를 기점으로, 앞으로 나올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와 또 좀 더 다양한 주인공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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