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해 줘

by 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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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


https://youtu.be/1boqaY3KmEk

예고편을 보고 과거의 명작(?) <투캅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관에서 본 기억은 없고 명절이면 매번 특선으로 TV에서 틀어주었던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김보성과 박중훈이 절묘한 콤비를 이뤄 영화를 재밌고 신나게 만들었는데, 정확한 스토리가 기억이 안 나는 걸로 봐서는 역시 별 내용은 없었던 영화였을 거다.

그럼에도 투캅스는 흥행몰이를 했는지 3편까지 나왔고, 3편은 지금 포스터를 찾아보니, 여성 경찰과 콤비를 이뤄 내용을 진행하는 모양이었다. 분명 봤을 텐데, 기억이 안 나는 이유는 이것 역시 별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M0020077_3[S750,750].jpg 투캅스 2

별 내용이 없다, 고 말하는 이유는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이 두 콤비가 무엇을 위해 고군분투했는지조차 희미하다. 분명 경찰과 대비되는 범죄세력과의 싸움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할 만한 줄거리였을 것이다.


걸캅스도 그렇다. 그리고 그건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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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비를 이루는 두 경찰

말하자면 정말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고 봤다. 스토리가 탄탄할 거라는 기대도 안 했고, (기억은 안 나지만) 투캅스만큼 재밌을 거라는 기대도 없었다. 주인공이 여자가 됐다고 갑자기 참신하고 흥미진진하고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가 될 거라는 기대를 안 했던 것이다.

그래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여성 서사 팔아줘야지 또 나오겠지'하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망한 여성 영화가 많이 쌓여서 양질의 여성 영화도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이 영화는 망하지도 않았고, 흥했다고 하기도 좀 애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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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남성은 철저히 주변화되었고 한심한 캐릭터로 시종일관 비친다. 그래, 누군가는 이걸 불편하다고 할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알탕 영화' 속에서 일회용으로 쓰고 버려졌던 여성 캐릭터들 자리에 남성이 자리를 잡았다. 여자를 영웅으로 만들려는 억지스러운 연출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은 반대의 경우에도 같은 말을 했었을까?


영화는 정말이지 의외로 너무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극한 직업>보다도 더 잘 짜였고 탄탄했으며, 곳곳에 있는 개그 코드도 적절했다.

그러면 이 영화는 흥행하고 있을까, 하면 그건 또 애매한 것 같다. 퍼질러져 잠만 자고 있던 '반장'이라는 존재가 등장했을 때, 통쾌하기보다는 짜증이 나기도 했다. 결국 뿌리 뽑을 수 없는 단단한, 그렇지만 굳이 엄청난 악의라고는 할 수 없는 동료 남자 경찰들의 한심한 모습들은 이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었으니까.


그렇지만 시원한 부분도 분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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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더 재밌게 만들어준 감초같은 두 조연

일부러 넣은 연출이겠지만, 마지막에 경찰 업무에 투입된 여성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것이 작위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일부러 보지 않았던 것들을 '보여주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으니까.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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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잘 짜였고, 꽤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마도 여자 아이들에게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투캅스를 보고 경찰이 되고 싶었던 남자 아이들이 있었던 것만큼, 걸캅스를 보고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여아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캡틴 마블보다 조금 덜 유치하게 여성주의를 녹여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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