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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Feb 06. 2019

[과제 2] 손끝으로 문장 읽기

민음 북클럽, 밀란 쿤데라 읽기


20대 초반에는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조금 신경질적이었다. 학교에선 나보다 한두 살 어린 학생들이 매해 새롭게 입학을 하고, 나는 마치 쓰다 버린 헌신짝처럼 구석으로 내팽개쳐져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그런 게 아닌데.

스물여덟, 아홉 즈음에는 나이 듦에 대해 무뎌졌다. 곧 서른이 된다는 것이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내가 서른이라고? 나는 아직 20대 초반 같은걸?

서른이 넘었다. 이제는 어디 가서 만 나이로 20대라고 우겨가며 말하기도 우습게 느껴졌다. 아니, 서른이 뭐 어때서? 서른하나가 뭐 어때서? 나는 내 나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회는 우리에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무던히도 끼얹는다. 특히 여성들에게 기민하게 작용한다. 미디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나이 든 여성을 보기가 어렵고,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서른 넘은 여자가 결혼을 하지 못했을 때는 정당한 이유로 화를 내도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둥 까내리기 바빴다. 그리고 나이 어린 여자를 질투하는 꼴사나운 모습들만 웃음거리로 소비하기 바빴다. 지금이라고 썩 많이 달라진 것 같진 않지만, 조금은 나아져 있지 않을까.

이런 주변부의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자신의 나이를, 그리고 더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생산해내는 컨텐츠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도 내 나이를 이야기하는 글을 좀 더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어리다고 사랑을 모르는 것은 분명 아니다. 어린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가진 세계만큼의 사랑이 있는 것이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세계가 반드시 어린 사람의 세계보다 크다고 할 수도 없다. (나이만 많고 세계가 좁은 사람을 꽤 봤으니까) 어디선가 읽었는데, 너의 젊음이 너에게 주어진 상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은 나에게 온 형벌이 아니라는 글이었던가. 시간은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공평하게 주어지고, 새해를 맞이하며 동일하게 한 살씩 늘어난다. 그러니까 본인의 나이가 여전히 어리다고 자랑스러워할 이유가 없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어 더 늙어버렸다고 한탄할 필요도 없다.


나는 서른한 살의 내가 너무 사랑스럽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나이를 사랑스러워하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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