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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Aug 15. 2022

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 - 백설희 외

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

백설희, 홍수민


여성들이 향유하는 서브 컬쳐(하위 문화) 중 애니메이션과 아이돌 산업을 여성주의적 시각에 입각해 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단언컨대 나도 어릴 때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을 깨나 본 사람이었는데 그 안에 미묘하게 혹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는 여성 혐오적 표현에 나도 모르게 물들어 있던 적도 있었다. 여성 캐릭터는 남성 주인공에게 민폐만 끼치고 방해만 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던가, 커다란 가슴을 드러내며 성적인 매력을 과시하려 애쓴다던가, 하여간 내가 이입하고 싶은 인물은 도통 그려지질 않았다. 자연스럽게 '여자는 민폐야'라는 생각을 습득했다가, 차차 다양한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접하며 바뀌었던 것 같다.

어릴 때 디즈니 만화 영화의 광적인 팬까지 되지는 못했지만, 또래 친구들이 즐기는 만큼은 적당히 즐겼을 텐데도 도통 당시에 어떤 컨텐츠를 좋아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히려 일본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봤던 기억이 더 선명하다. 세일러문이며 천사소녀 네티며 하는 마법소녀가 등장하는 만화는 아직도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다시 보려면 여자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것 같으면서도 교묘하게 '너희는 이정도까지만 할 수 있어'하고 선을 긋는 부분이 명확히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요즘 나오는 컨텐츠를 생각하면, 역시 세상이 점점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희망을 놓을 수가 없다.



아직도 여러 모로 논란이 많은 디즈니라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누군가는 자꾸 '그건 잘못 되었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행동으로 나서서 보여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변하는 거겠지.


한편, 한국의 아이돌 산업을 돌아보면 아직도 갑갑한 마음이 든다. 특히 여자 아이돌의 데뷔 연령대가 점점 어려진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아이돌의 데뷔 연령대는 늘 어렸다. 지금은 세계적인 대 스타가 된 보아만 하더라도 초등학생 때 데뷔를 했다던가. 자신의 꿈이기에 노력하고 애쓰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고 기특한 한편, 여전히 착취당한다는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나 여자 아이돌을 향한 대중의 시선과 잣대가 어떠한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아직 보진 않았지만, 넷플릭스에 블랙핑크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있다고 한다. 이미 본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더라도, 아이돌 산업이 꿈을 쫓는 아이들을 얼마나 어떻게 착취하는 식으로 구성되었는지 상상이 될 만했다. 아이돌 산업,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잘 먹고 뛰어 놀아도 모자란 나이에 제한된 식단으로만 식사를 하고 '몸매 관리'를 하며 몸이 축날 때까지 연습을 하고. 그 끝엔 과연 뭐가 있는 걸까.

잘 되어서 데뷔라도 하면 다행이겠지만,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달리기만 하다가 끝나는, 조명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정말 많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마음이 조금 참담해지는 기분이다. 아동 노동은 나쁘다는 인식은 상식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돌 산업에서만큼은 아직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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