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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Aug 18. 2022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박상영 작가의 책은 두 번째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독서 모임에 계신 분이 강력 추천해서 읽었다가 혼자 공감성 수치를 느끼며 다른 책을 읽을 용기를 못 냈었는데, 마침 전자도서관에서 이 책이 대여가 됐다. 꼭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게 아니었는데, 읽는 동안 그의 문체에 나도 모르게 호로록 빨려 들어갔다.

박상영은 참 글을 잘 쓴다. 표현력도 좋고 쉽게 공감할 만한 감각들을 화려하지 않게 잘 풀어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의 루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출근하기 전, 새벽 5시부터 글을 쓴다는 그의 일상은 꼭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다가도, 퇴근 후 집에 와서 늘어져 있다가 밤 열 시-열한 시에 야식을 먹고 열두 시 넘어 잠들고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 글을 쓴다는 대목까지 이어지면,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아, 나는 저렇게는 못 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글쓰기는 어찌어찌 도전해볼 만하겠는데, 밤 늦게 야식을 먹는다? 위염을 넘어서 역류성 식도염이 간간히 재발하는 나에게는 지옥불을 삼키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다. 저녁을 9시 넘어서 먹어도 늦게까지 잠을 못 잘 때가 많은데, 아무튼 나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작가 본인도 권장하는 습관은 아니기도 한데, 그럼에도 그런 생활을 몇 년 이어갔다는 것에 기함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니까, 그의 생활은 '관리된 생활'이라기보다는 강박에 가까워 보였고, 그 강박은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엄마와 심하게 다투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내가 미쳐버릴 것만 같으니까 나 정신과 진료 좀 받게 해달라고 울었던 날이 기억이 났다. 엄마는 나에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냐며 다그쳐 물었다. "너 그거 이름에 평생 빨간 줄 긋는 거야." 아직 십 대였던 나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고, 내 이름에 평생 따라다닐 '정신병자'라는 주홍글씨가 겁이 났다. 나의 엄마도 그냥 무지에 기반한 편견이 가득한 사람이었을 뿐이었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국에 나는 독립 후에, 그러나 조금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내 발로 정신과를 찾아가 진료를 받으먀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내 이름에는 그 어떤 빨간 줄도 그여져 있지 않았고, 어디서도 내 정신과 병력을 이유로 차별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나의 어떠한 기질은 유전이라고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엄마는 아주 강하게 부정을 했으니 나는 자꾸 나를 아주 별난 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모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의 예민함과 허약함은 모두 엄마에게서  것이었더라는 사실에 유전자의  앞에 나는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나의 정신병력 역시도 어떤 부분에서는 유전일텐데, 이제는 부모의 탓을 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탓에 그냥 나를 다스릴 수밖에 없게 된다.

어쨌거나, 작가 자신의 일상을 글감으로 삼아  에세이다보니 소설보다  현실적이고 마음이 많이 가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현대인의 고달픈 , 반복되는 일상과 지겨워하면서도  밥벌이를 위해 고된 여정을 떠나는 하루를 생각하니,  삶을 알아주는 박상영의 에세이는  위로가 되어주는  같다.

가끔은 너무 공감이 되는 바람에 트라우마를 건들기도 하지만.



오늘 밤은 굶고 주무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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