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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Nov 03. 2022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반유화

나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해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반유화


나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해


한창 방황하고 고민하던 20대 때 이 책을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나의 방황이 조금 더 짧아졌을 테고 나의 고민이 덜 치열했을 것이고 내 인생이 조금 더 편해졌을 텐데. 그런데 또 나의 반골 기질을 생각해보면 그 시절엔 이런 책 수백 권을 읽었어도 결국엔 똑같이 방황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살았을 것만 같다.

그래도 이 책을 고민하는 스무 살의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완벽한 해답은 되어줄 수 없어도 고민의 끝을 가리키는 실마리는 되어줄 수도 있을 테니까.

이제는 그 시간을 모두 지나와서, 저자가 하는 조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진정으로 '알게 되었다'. 같은 말을 20대 때의 나에게 해 주었다면 비아냥 거리며, 그걸 누가 몰라서 그래요? 라고 맞받아쳤을 것이다. 30대가 된 나는 그런 20대의 나에게, 응, 너는 아직 한참을 모르고 있어, 라고 말하며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열두 가지의 사례들은 꼭 나의 이야기였다. 숙제하듯 인생의 퀘스트를 깨듯, 그 나이엔 뭘 해야해, 더 나이 들기 전에 이건 해야지, 하던 강박에 초조했던 시간. 내가 좋아하고 존경했던 사람에게서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크게 절망했던 때. 죽고 못 살았던 중학교 동창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추억을 읊는 것조차 "우리가 그런 얘기나 할 때냐"며 핀잔을 들었던 날. 급우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면서 무리하던 내 모습. 너무 다른 세상에 살게 된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순간. 엄마에게 사랑받기 위해 홀로 끊임없이 구애하다가 결국 홀로 지쳐 나가 떨어졌다가, 종래에는 엄마를 이해하고 다시 사랑하게 되었던 시절. 페미니스트인 나와 다소 페미니스트스럽지 않은 행동을 하는/하려는/하고 싶은 나 사이의 갈등.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정작 내가 소중히 여겨야 할 사람을 소홀히 했던 회한.

이제는 모두 지나갔으니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그래도 종종 흔들리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중심을 잘 잡으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들인데, 그 중심 잡기가 참 쉽지가 않다.


P. 8. 다른 사람 그리고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서 불편을 느끼고 고민하다가도 "그러는 나는 얼마가 완벽한 사람인가?"라는 자기 의심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조력자가 필요한 법이다. 책의 서문에서처럼, 나도 이 책을 고민하고 방황하는, 그러면서 자기 의심으로 돌아가곤 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스무 살의 나에게 추천하고 싶다. 귓등으로도 안 듣고 흘릴지 모를 조언이지만, 결국 이런 마음을 돌아보는 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에게서 쌓이고 쌓여 그 시절을 무사히 지날 수 있게 해 준 거니까.

그리고 꼭 조용한 곳에서 혼자 읽기를 권하고 싶다. 주변이 어수선할 때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를 좀더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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