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스패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심리 게임, 스릴 넘치는 스파이 무비

by 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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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패로


촉망받던 발레리나, 도미니카는 공연 중의 부상으로 더 이상 발레 무대에 설 수 없게 되고, 경제적인 문제까지 겹쳐 궁지에 몰리게 된다. 그때 삼촌 반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스패로'가 된다. '스패로'는 타깃을 특히 '성적으로 유혹'하여 정보를 빼낸다. 상대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그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는 첩보원이다. 속성 과정 훈련을 통해 스패로가 된 도미니카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미국 CIA 요원을 유혹하여 조직에 숨어있는 이중 첩자를 알아내는 것이다.

스파이 영화의 진수

스파이 영화를 그다지 많이 본 편은 아니다. 기억에 남는 스파이 영화라고 해봐야, 이제는 더 이상 응원할 수 없는 배우 조니 뎁이 주연한 '투어리스트'나,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시리즈, 그리고 너무나 유명해서 안 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중에 몇 개 정도. 한국 스파이 영화로는 '7급 공무원'이나 '밀정' 정도랄까.

그래서 나에게 스파이 영화란, 서로를 마주 보고 총질도 해 주고 곡예하듯이 수많은 적들과 자웅을 겨루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폭발물들이 빵빵 터져 줘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스파이 영화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총질? 물론 나온다. 스파이 영화라는 것을 잊어갈 때쯤 한 번씩 나와준다. 곡예하듯 적들과 자웅을 다투는 장면도 물론 안 나오는 건 아니다. 뭔가 시원한 액션감이 없을 뿐. 폭발 같은 게 나오긴 했나?

그래서 어쩐지 삼삼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오히려 이게 더 제대로 된 스파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이, '첩보원'의 역할은 적에게서 정보를 몰래 취하는 것이다. '나 여기 있다.'며 광고하고 돌아다녀서는 원래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용하게 움직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도미니카(제니퍼 로렌스 분)는 스파이 중의 스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미니카가 여러 사람들을 오가며 그들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장면들은 짜릿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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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

영화 <헝거 게임> 시리즈로 명성을 알리기 시작한 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는, 역시 그녀의 대표작인 <헝거 게임>이 그녀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두운 환경 속에서 누구보다 씩씩하면서 타인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마음. 모르긴 몰라도 <헝거 게임>으로 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를 알게 된 사람들은 <헝거 게임>의 캣니스와 배우 제니퍼 로렌스를 거의 동일시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처럼...

그래서 이 <레드 스패로>에서의 연기는 매우 파격적이다.

그녀에게 잔혹한 환경이 닥치자,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이 시종일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진짜인지 알 수 없다. 끝까지 적과 아군, 그리고 관객들의 뒤통수마저 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레드 스패로>에서의 반전은 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가 전부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극 중에서 순진한 발레리나가 어떻게 적의 심장을 꿰뚫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스파이가 되는지 그녀만의 연기로 차분히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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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고도의 심리 게임


인간은 욕구의 퍼즐이지.
빠진 조각을 간파해 그 조각이 돼주면 너희에게 무엇이든 줄 것이다.

도미니카는 삼촌의 꾐에 빠져 스파이가 된다. 그러면서도 삼촌과 같아지지 않으려,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을 보다 보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진다.

<레드 스패로>는 액션보다 심리 묘사에 치중한 작품이다. 상대적으로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140분의 러닝타임은 스파이 영화 치고는 긴 편이다.) 특히나 도미니카가 스패로로서 양성이 되는 장면들이나, 자못 불필요 해 보이는 도미니카와 네이트(미국 CIA 첩보원) 간의 대화 장면들을 지루하게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말부에 가면 이 모든 것이 큰 그림을 그리던 도미니카의 신의 한 수였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도미니카는, 다만 적과 아군만을 속인 것이 아니라, 관객까지도 깜빡 속아 넘어가게 만들었다. 그녀가 했던 모든 말들이 결말에 퍼즐처럼 맞춰져 소름 끼치는 반전을 이루어 낸다. 마치 관객들의 욕구의 퍼즐을 절묘하게 짜 맞추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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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처럼 재능이 있어. 사람들의 본성을 꿰뚫어 보지.
그리고 늘 한 발 앞서 있어.


도미니카의 삼촌인 반야에 대한 감정은 좀 복잡하다. 그는 영리하고 사람들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어, 일찍이 도미니카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녀를 스카웃 하기에 이른다. 이쯤 되면 도미니카에게 일어난 '사고'는 결코 사고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한편으로는 조카를 아끼는 삼촌의 모습을, 한편으로는 조국에 헌신하여 자신의 혈육마저 도구로 쓰고 버리겠다는 냉혈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후에는 도미니카가 그의 모습을 쏙 빼닮는 것 같아 결말부가 시원섭섭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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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야 있겠지만, 색다른 스파이 영화를,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의 매혹적인 연기를, 고도의 심리게임이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레드 스패로>는 놓쳐서는 안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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