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소설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또다시 영화로

by 희연

https://youtu.be/Tc5OM1pmLlI

한국판 <골든 슬럼버> 공식 예고편 2018


강동원 주연의 <골든 슬럼버>가 곧 개봉을 한다.

한국 영화 <골든 슬럼버>는 강승윤과 이하이가 콜라보하여 부른 비틀즈의 <골든 슬럼버>라는 제목의 노래가 흐르면서 예고편을 시작한다. 대낮의 광화문 한복판에서 대통령 후보의 암살이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잘생긴) 택배기사 역할을 맡은 강동원이 국가와 매스컴으로부터 쫓기며 달아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같은 제목의 일본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 소설의 작가는 '이사카 코타로'인데, 한국에서 크게 유명세가 있는 작가는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작가여서 한국에 번역 출간된 그의 모든 작품을 다 읽어보았다. 그중에서도 소설 <골든 슬럼버>는 2008년 한국에 출간되었고, 물론 출간되자마자 너무 재미있는 나머지 밤새워 전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며 비틀즈의 '골든 슬럼버'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멜로디가 떠나질 않았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2010년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 제작을 했다. 같은 제목의 일본 영화 <골든 슬럼버>는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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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N6yPhvpKi0

일본판 <골든 슬럼버> 예고편 2010

개인적으로 일본판 <골든 슬럼버>는 개봉했던 당시에 세 번이나 봤다. 2010년 7월에 부천 판타스틱 국제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와서 감독과의 대화가 있던 때에 한 번, 그 뒤에 8월 초에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또 한 번, 그리고 개봉하고 나서 한 번 더. 원작 소설도 거의 달달 외울 만큼 읽었으니, 내게는 일본판 <골든 슬럼버> 안 보고도 꿸 정도이다.

pifan_raysniper.jpg?type=w1 2010년 부천판타스틱 국제 영화제에서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에게 사인을 받은 티켓이다.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은 이미 이사카 코타로의 이전 작품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나 <피시 스토리> 등 여러 편을 영화로 만든 전적이 있는 감독이었고, 그만큼 소설 원작에 거슬리지 않는 영화 구성을 택했다.

한국에서는 일본판 영화 <골든 슬럼버>는 크게 히트를 치지 못했다. 기자나 평론가의 평도 어딘가 '한 방이 부족하다'고 했고, 실 관람객들 조차도 '뭔가 허무하다'는 평을 남길 정도다. 오죽하면 한국판으로 다시 만들어 같은 이름으로 개봉을 하는데, 원작의 이야기나 일본판 영화의 이야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일까. 그건 아마도 소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 자체만을 가지고 평을 해서 였던 것 같다. 원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그 원작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법이니까.

그럼에도 나카무라 요시히로는 원작의 큰 줄기를 그대로 따라가며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원작에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어쩐지 영화 자체만을 놓고 보면 조금은 부족해 보였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판의 <골든 슬럼버>는 캐스팅이 제일 이슈가 아닐까 싶다.

아니 강동원이라니?

원작을 읽은 이사카의 팬들이라면 이 캐스팅은 오류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골든 슬럼버>를 영화화하는데, 강동원이 주연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배우로서의 강동원을 나무라고 싶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의 잘생긴 얼굴과 연기력이라면 소설 <골든 슬럼버>의 주인공 '아오야기' 역할을 무척이나 잘 소화해 낼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그 누가 극장에서 강동원 얼굴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할까.

하지만 내가 아쉬워했던 것은, '너무 눈에 띄는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원작 소설이나 일본판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원작에서 주인공 '아오야기'는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되어 매스컴의 질타를 받으며 몸을 숨기고 여기저기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렇다, 말하자면 강동원은 도망 다니는 역할이 되기에 '너무 눈에 띄는' 얼굴인 것이다. 마치 영화 '암살'에서 스파이 역할로 너무나 잘생긴 '공유'가 등장한 것과 같은 즐거운 아쉬움이랄까.

예고편에서만 봐도 원작에서와 다른 점들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사실상 모티프와 대강의 스토리만 비슷하고 거의 별개의 영화로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10년의 시간만큼 기술의 갭도 커졌으니까.


아쉬움이 있지만 내가 이 영화가 개봉하는 데까지 기다림을 아낄 생각은 전혀 없다. 한국식으로 어떻게 풀이하여 각색하고 영화를 꾸려나갔는지 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할 것 같다.


원작 소설 <골든 슬럼버>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 싶다. 어쨌든 이 두 영화의 원작이고, 내가 좋아하는 작품 중에 하나다.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2008년에 스무 살이었던 나는, 전혀 몰랐던 세계로 한 걸음 들어갈 수 있었다. 그전까지 나에게 비틀즈는 예스터데이였고, 케네디는 그냥 미국에 암살당한 대통령 정도였다.

소설 <골든 슬럼버>에서 비틀즈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비틀즈가 부른 <골든 슬럼버>라는 노래는, 해체가 다 된 비틀즈를 다시 뭉치게 하고자 폴 매카트니가 각각의 멤버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각각 녹음을 한 곡들을 메들리로 모아 놓은 음반에 속해 있는 곡이다. 이 곡을 만들며 폴 매카트니는 멤버들과 함께 했던 그 시절의 그리운 '비틀즈'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책에서는 짧게 얘기한다. 비틀즈의 노래 <골든 슬럼버>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의 마음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서정적인 가사가 매력이라서 어쩐지 들을 때마다 나도 고향집이 생각이 나곤 했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듣기에 딱 알맞은 곡이라서인지, 종종 대학시절을 회상하는 아오야기의 상황에 곧잘 등장했다.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그리고 케네디의 암살과 암살범으로 지목되었던 오스왈드 이야기 또한 나에게 신선한 정보였다. 아직까지도 케네디의 암살에 관한 갖가지 음모론들이 떠돌고 있고, 원작 소설 <골든 슬럼버는> 이 음모론에서 모티프를 따와서 진행이 된다. 그래서인지 케네디와 오스왈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을 한다. 정말로 오스왈드가 단독으로 케네디를 암살한 암살범이 맞을까? 마치 아오야기처럼 그도 단지 대중들에게 심어진 하나의 이미지는 아닐까? 작가는 섬뜩한 메세지를 작품 속에 숨겨둔다.

원작 소설에 캐치프레이즈처럼 끊임없이 등장하는 말들이 있다. "중요한 건 '이미지'야." 라던가 "인간의 가장 큰 무기는 습관과 신뢰이다." 나는 이 중에서도 "인간의 가장 큰 무기는 습관과 신뢰"라는 말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의 사소한 습관이 매스컴에게 쫓기는 아오야기에게 큰 도움이 된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그를 위험에서 구출하기도 한다. 원작가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소설 진행 방식인 '퍼즐식 구성'을 가장 잘 활용하는 소설의 주인공이 바로 '아오야기'가 아닐까 싶다. '퍼즐식 구성'이란 소설 전반에 걸쳐 무심하게 툭 던져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어떤 것들'이 소설의 마지막 마무리 부분에 가서는 그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큰 조각으로 작용하는 구성이다. 이건 원작 소설을 읽은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전율이 아닐까 싶다.


원작 소설이 한국에 출간된 지 딱 10년 만에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한다. 이 흥미로운 영화를 안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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