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시를 쓰는 버스기사의 소소한 일상

by 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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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미국 뉴저지의 작은 마을, 패터슨에 사는 버스기사 패터슨(아담 드라이버 분)은 시간을 쪼개어서 시를 쓴다. 그는 홀로 아날로그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데, 그래서 그는 그 흔한 스마트폰 하나 들고 다니지 않는다. 그가 매일 들고 다니는 것은 하얀 노트와 펜. 패터슨은 자신의 마음에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그의 '비밀노트'에 매일 끄적인다.
이 영화는 그런 그를 응원하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귀여운 강아지 마빈과 함께 그가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월요일부터 시작해 주말을 지나고 다시 월요일로 돌아오는 일곱날 하고도 하루 더. 잔잔하게 흐르는 패터슨의 일상을 엿보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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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패터슨은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하고 전날 아내가 준비해 준 도시락이 든 철통을 들고 출근을 한다. 버스에 앉아서 출발하기 전에 시를 쓴다. 그리고 동료와 대화를 나눈 후에 버스 운전을 시작한다. 패터슨은 버스를 운전하며 승객이 나누는 이야기에 때로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점심시간에는 폭포 앞에 앉아 도시라을 먹으며 시를 또 쓰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아내와 저녁식사를 하고 아내의 하루를 듣는다. 아내는 그에게 그의 시가 적힌 비밀노트를 복사해 두라고 매일 설득하며, 마침내 그는 주말에 노트를 복사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저녁 식사 후에는 강아지 마빈과 산책을 나가는데, 그는 항상 같은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시고 귀가를 한다. 꽤 이른 귀가를 하고 일찍 잠이 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보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지만 그는 그런 일상이 행복해 보인다. 주말 마켓에서 아내가 직접 만든 컵케이크를 성공적으로 판매한 후 수익금으로 영화를 보고 온 다음 벌어진 참상만이 그의 일주일 사이에 벌어지는 가장 큰 사건이다. 강아지 마빈이 바로 그의 비밀 노트를 찢어 산산조각 낸 것이 바로 그 사건이다. 그에게는 복사본이 아직 없었다.
낙담한 그는 일요일 홀로 산책을 나섰다가 윌리엄 카를로 윌리엄스라는 패터슨 출신의 시인을 사랑하는 일본인 관광객과 조우하고, 그에게 새로운 노트를 선물 받아 다시 기운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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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어서인지 영화는 소설로 치면 '단편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분량은 분명 장편의 분량이었지만. 지루해질 법할 때쯤이면, 패터슨은 자신이 쓰는 글을 읽는다. 아담 드라이버의 목소리는 그의 싯구와 어우러져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개인적으로는 시를 낭송하는 부분에서는 자막이 방해가 되어서, 번역이 어떻게 나와서 자막이 떴는지 읽지 못했다. 영문으로 뜬 자막만 읽었는데, 영문을 그냥 읽는 것보다 아담 드라이버의 목소리를 입혀 들으면서 읽으니 매우 로맨틱했다.


아담 드라이버가 맡은 패터슨은 표정의 변화가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아내를 매우 아끼고 사랑하지만 표현을 할 줄 모르는 사람 같았다. 어떤 때는 표정 변화가 없어서 오싹한 기분까지 들기도 했지만, 그가 쓰는 시를 통해서 그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패터슨이 좋아하는 풍경은 폭포가 있는 벤치였는데, 쏟아지는 폭포 소리도 패터슨의 앞에서는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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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일상적으로 풀어내었던 영화. 지루할 뻔했던 영화였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뜨문뜨문 나타나는 차이점들이 관람의 포인트라면 포인트랄까. 이처럼 우리의 일상도 매일 같은 것들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분명 자세히 살피면 다른 것이 있는 법이다. 패터슨은, 이러한 매일 같아 보이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소한 차이점을 읽어내고 그것을 시로 써낸다. 그에게는 그의 모든 일상들이 시의 한 구절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버릴 것이 없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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