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은 잘생겼고, 잘생긴 강동원은 무조건 옳다!
한껏 기대했던 영화 <골든 슬럼버>가 드디어 개봉을 했고 부푼 마음과 걱정을 동시에 안고 극장으로 나섰다. 강동원 캐스팅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걱정이 더 앞섰다. 원작 소설의 팬으로서 강동원 캐스팅은 정말이지 미스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착하고 성실한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 분)은 인기 아이돌을 강도에서 구해 준 덕분에 모범시민이 되고 그 유명세를 치르며 소소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인 '신무열'(윤계상 분)이 오랜만에 연락을 하고, 반가운 재회도 잠시, 그들의 눈 앞에 유력 대선 후보가 탄 차량이 폭탄 테러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황한 건우에게 무열은, 이 모든 것은 계획된 것이며, 건우를 암살범으로 만들고 그 자리에서 자폭시키는 게 '조직'의 계획이라고 전한다.
현장에서 겨우 도망치지만 순식간에 암살자로 지목되어 공개 수배된 건우. CCTV, 지문, 목격자까지 완벽하게 조작된 상황에 내몰리지만, 무열이 남긴 연락처의 인물, 전직 요원인 '민씨'(김의성 분)의 도움으로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는데.
살아 남기 위해, 누명을 벗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서지만 자신이 도망칠수록 오랜 친구인 '장동규'(김대명 분) '최금철'(김성균 분) '전선영'(한효주 분) 마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는 분명히 '강동원이라니, 이건 미스 캐스팅이야!'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원작 소설 팬의 입장에서였다.
원작 소설의 내용은 큰 줄기로 보았을 때, 영화의 줄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착한 택배맨 '아오야기'는 위험에 빠진 아이돌을 구해주고 유명세를 타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대학 동창, 모리다가 그에게 '오스왈드가 될 거야.'라고 하며, 위험을 경고한다. 총리가 눈 앞에서 살해되고, 아오야기는 총리 암살범이 되어 쫓기다가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살아남는다.
이렇듯 줄거리에서는 주인공을 '평범한 택배기사'로 묘사한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하루하루를 그냥 그렇게 남들 살아가듯 열심히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주인공. 바로 그 '특징 없음'이 주인공을 나타내는 한 단어일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강동원의 캐스팅에서 의아함이 생겼던 것이다. 왜냐면 강동원은 '특징 없음'이기에는 너무 잘생겼으니까.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기대 이상의 '강동원 효과'에 감동을 감출 수 없었다. 순박하게 웃는 강동원, 아니 김건우의 얼굴을 보면 그냥 그가 암살범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고 싶었다가, 건우의 얼굴로 성형을 한 '실리콘'의 등장과 그의 사악한 표정, 낮게 깔리는 목소리를 들으면 역시 범인은 건우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시 말하자면 강동원의 연기력의 압승이었다. 극 중에서 처음엔 회의적이었다가 결국 건우를 돕게 되는 전직 요원 출신의 '민씨' 역시 "하, 이 새끼 중독성 있네."라며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강동원의 선량한 시민 연기는 이만하면 충분 한 셈이다. 너무 잘 생겨서 도망 다니기에 눈에 띄는 것이 흠일 것이다, 라는 우려와는 달리 건우가 사람들 속에 섞여 도망 다니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이 정도면 얼추 설명이 되었을까?
일본 소설이 원작이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에 어떻게 잘 짜 맞췄을까,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인물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사연이나 설명들이 충분히 '한국적'이었고 적절히 설득력이 있었다. 가정을 위해서, 각자의 사연을 위해서, 그리고 스스로가 믿는 신념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것들은 사건을 무리 없이 진행시키는 설득적인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던 존재가 있었다. 건우를 돕는 전직 요원 '민씨'였다.
그는 과거에 어떤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무열'에게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었고, 그 때문에 처음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건우를 돕는 듯 보인다. 그러다가 국가 세력에 '합의'를 하고자 했으나 거절당하고, 그때부터 순박하고 정이 많은 건우를 돕다가 결국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그가 건우를 돕게 되는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면 없었달까.("중독성 있네."한 마디로 퉁칠 수만은 없지 않을까.) 전직 요원이었다면 분명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가장 잘 알 텐데, 결과적으로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주인공을 도울 만한 정의감 같은 것이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민씨는 원작에는 전혀 없는 새로운 캐릭터였다. 주인공을 도와주는 연쇄 살인마 '키루오'의 존재가 원작에 등장하는데, 그는 철저히 흥미 본위로 행동을 하는 사내였다. 키루오는 아오야기의 전반적인 도주를 돕고, 그와 같은 얼굴로 성형을 한 사람을 찾다가 결국 죽임을 당한다.
민씨의 역할은 키루오와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의 도주를 돕고 (조금 다른 방식이었지만) '실리콘'을 함께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죽게 되는 부분에서. 그렇지만 원작과는 달리 주인공이 '민씨'에게 도움을 받는 부분이 상당했던 점이 아쉬웠다. 원작의 아오야기는 '키루오'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여러 사람의 도움을 조금씩 받아 살아남는데, 건우는 '민씨'의 많은 도움과 주변 사람들의 약간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야
건우가 타깃이 된 것은 '그럴 만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민씨가 설명한다. 국가적인 영웅에서 대통령 후보 암살범으로. 설마 그렇게 착해 보이는 사람이? '사람들은 배신감을 느낄 때 더 끓어오르는 법'이라고.
음모론은 영화 내에서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 민씨의 존재가 설명적으로 등장을 했고, 애써 설명하려고 하지만 그다지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원작 소설에서도 아오야기가 왜 타깃이 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케네디 암살범, 오스왈드' 이야기를 하며 스토리의 당위성을 찾아간다. 즉, '케네디의 암살'이 하나의 모티프가 되었다고 밝히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의 설명이 부족해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다.
또한,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계획했다고 치기에는 뭔가 2% 부족한 특수부의 역할 역시 아쉽다. 건우의 카드 사용 내역까지 파악하는 정보력은, 왜 건우의 휴대폰 GPS 추적은 하지 못했을까. 어쩜 그렇게 무책임하고 어색한 구성을 흘릴까. 얘넨 정말 '건우'를 잡고 싶기는 했던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골든 슬럼버'라는 음악이 흐른다. 아마 어색한 오랜 친구들의 재회를 하나로 묶어줄 것이 이 뿐이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억지스러운 인물도 있었다. 마치 비틀즈의 네 명을 끼워 맞추기 위했던 것처럼. '장동규'(김대명 분)이 바로 그랬다.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역할은 극 중에서 거의 미미하다시피 하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금철과 동규의 대화 속에서 금방 드러난다. '줏대 없는' 동규. 그렇기에 건우를 잡기 위해 등장한 사람들에게 건우의 소재를 제시하는 데 큰 죄책감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왜 등장했는지 모를 장면들이 몇몇 존재했다.
이건 아마도 감독이 '비틀즈'의 4명이라는 숫자를 어떻게든 영화적으로 끼워 맞추고 싶어서였다고 밖에는 설명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원작 소설의 '패스트푸드 연구회'를 그대로 쓸 수는 없었으니, 비틀즈의 음악이 제목이 되기도 하고 중심 음악이 되기도 하니까 '밴드를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이었지 않았을까. 비틀즈는 네 명의 멤버가 있었으니까 친구 구성도 네 명으로 맞추어야겠다! 라던가. 거의 들러리 같은 선영(한효주 분)이 오히려 마지막에 건우를 돕는 데 큰 활약을 하는 것에 비교하면, 동규의 존재는 있으나 마나 하지만 어쨌든 구색을 맞추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이 아니었을까.
원작 소설에서 역시 골든 슬럼버는 전반적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 소설과 영화에서 관통하는 중심 멜로디는 바로 "그리웠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이고, 영화에서는 화면으로 설명을 했다.
충분했을지 어땠는지는 각자의 판단이 필요할 것 같지만, 원작 소설의 팬으로서는 억지로 끼워 맞춘 인물을 향한 아쉬움을 숨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화는 '아무도 믿지 말라'는 주인공의 친구의 말을 하나의 모토로 삼는 것 같았다. 원작 소설은 '인간의 최대 무기는 습관과 신뢰'가 중심이었던 것과는 정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인공의 성격은 다르지 않다. '아무도 믿지 말라'는 친구의 조언을 들었지만, 건우는 사람을 의심할 줄 몰랐고, '인간의 최대 무기는 습관과 신뢰'라는 말을 들었던 아오야기 역시 사람을 곧잘 믿었다. (물론 모리타 역시 아오야기에게 '좀 의심을 해!'라고 타박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점이 비슷한 것 같다.
사람 사이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쉽게 믿고 바보같이 속은 사람들을 '바보 같다'며 질책하고, 건우나 아오야기나 그런 질책의 대상이 된다. 건우는 아무도 믿지 말라는 친구의 말이 무색하게 "착하게 사는 게 죄입니까? 좀 손해 보면 어때요!"하고 소리를 지른다. 결국 그는 사람을 믿는다.
영화적으로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소설 원작에서는 그에게 신념과 같은 것이라서 사람을 쉽게 믿는 것이 무리가 없어 보였는데, 영화의 건우는 크게 배신을 당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극적으로 사람을 신뢰할 만한 사건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사람을 순진하게 잘 믿는 사람으로 그려져 있었을 뿐이었다.
과연, 나에게도 이런 사건이 발생을 했을 때, 나는 쉽게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엉성한 논리력을 그냥 넘어가면, 이 영화의 장점은 그래도 있다. 영화적으로 뛰어난 몰입감을 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 시작 후 얼마 안 되어서 폭탄이 터지고 주인공이 쫓기며 중요한 사건의 대부분을 쏟아내기 때문에 초반 몰입력 하나는 훌륭하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늘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초반의 몰입감은 후반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게끔 해 주었다.
강동원의 연기력도 당연히 영화 관람의 긍정적인 포인트가 된다. 잘생겼다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하면 지면이 부족하니 더 이상의 설명은 자제하고. 그의 선하고 순박한 미소가 '성실하고 착한 택배기사 김건우'의 이미지에 적합했다. 아니 적합한 정도가 아니라 '김건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원작 소설에서와 비슷하게 곳곳에 숨겨둔 퍼즐들이 결말부에 가서 잘 짜 맞춰지는 것을 보면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모든 인물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서 치밀한 사건 구성을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니었다. 끊임없이 어색한 부분이 튀어나왔다. 의문이 드는 장면들도 많았다. 원작과 비교를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적당했다. 한국의 정서에 잘 알맞게,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음모론들을 적절히 버무렸다. 그리고 잘생긴 강동원이 쫓기고 도망 다니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결국 살아남는다.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라고도 할 수 있다. 어설픈 음모론으로 점철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적당'했다.
글쎄, 별점을 준다면 네 개 정도는 주고 싶다. 원작 소설에 비해 아쉬운 점이야 물론 말을 하자면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재미와 몰입감이었다.
어쩐지, 그래서 다시 원작 소설을 읽고 싶게 되었다.
※지난 글 참조 https://brunch.co.kr/@kimrain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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