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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오 Jun 29. 2020

<오의 의미> 5. 저전력모드

반짝이는 별을 보며 조금 더 살고 싶어진 지난 편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사실 나는 요즘 저전력모드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조금 설명을 하자면 저전력모드는 곧 절전모드를 말한다) 에너지가 떨어질 거 같을 때 최소한의 것만 실행하며 지내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꽤 적극적인 사람에 속했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작게라도 시도하기를 즐겼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리더 역할을 자처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더이상 맡은 업무가 아닌 일에는 힘을 강하게 들이고 싶지 않아졌다. 예전에는 100을 가진 몸으로 150을 하며 살았다면, 지금은 100을 가진 몸으로 80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은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라 이렇게 글을 쓴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일이 몇 있는데, 불특정한 많은 이들에게 편지를 쓰면 움직일 수 있을 거 같아서. 자, 친구의 마음으로 들어보시라.


1. 목포 아나바다

아나바다를 아는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그야말로 전국적인 캠페인. 나의 꿈 중 하나는 삼학도의 넓은 공터에서 목포의 시민들과 함께 아나바다 캠페인을 다시 진행하는 것이다. 둥글게 자리한 각각의 셀러들, 사분의 일쯤은 지역의 먹거리를 팔아도 좋겠다. 다른 사분의 일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예술가의 작품을 파는 것이 어떨까? 그 가운데에서는 누군가가 공연을 하고, 버려진 그물로 장바구니를 만들고, 마켓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을 가려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2. 목포 기록하기  

목포 기록은 사실 이 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다. 나는 겪어본 적 없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가게를 바라보며, 이들이 기록되지 않고 그대로 사라져가는 것이 아쉬웠다. 사실 마음의 준비는 지금 90% 정도 했다. 알지 않은가. 움직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오래 걸림을. 약속하겠다. 다음 달의 편지에는 목포 기록을 꼭 하고, 이에 대한 결과물을 보여주겠다고.(이제 도망갈 수 없다)  


3. 봉사활동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아마 봉사활동에는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나도 그랬다. 어릴 때 접했던 봉사활동은 스스로 봉사하는 마음보다는,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반강제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봉사 시간을 인정해주는 동아리에 들어갔던가. 아무튼 나는 언젠가 해보고 싶은 봉사가 두 개 있는데, 그중 하나는 유기동물보호센터에 가서 촬영을 돕는 것이다. 


가끔 마음이 심란할 때면 강아지나 고양이 사진을 보고 조금 위로를 받는데, 그러다 보면 열악한 환경에서 보호받는 동물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더 심란한 마음으로 목포시 유기동물보호소를 검색하면 하루에도 몇 마리씩 새롭게 구조된 동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녹슬거나 녹슬지 않은 철장에서 대체로 경계하는 동물들을 보면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중 포항시 동물보호센터를 소개한 글을 접했다. 


구조 동물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 대부분은 아마도 여유롭지 못한 상황 때문에 간단히 사진을 찍는다. 그러던 중 포항시 동물보호센터는 우연히 유별나게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를 보호하게 되었고, 또 우연히 날씨가 너무 좋아서 평소와는 다른 사진을 찍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찍힌 사진 한 장으로 입양 문의가 많아졌다고. 그 후로부터는 열의를 다해서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이 글을 보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유기동물의 촬영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안에 꼭 도전해보겠다.


아,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말을 꺼냈으니 실행을 해야 한다. 

충분히 충전을 마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테니 기대해 달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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