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독서가 만드는 진짜 인생

booker 시리즈 제 7화,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by 롬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은 지는 오래 되었고 벌써 3번이나 정독했지만, 리뷰를 쓰기까지는 꽤 긴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항상 소설을 최우선으로 읽었고 에세이나 자기계발, 콘텐츠, 브랜딩 관련 책들은 2순위였다. 그런데 정지우 작가님의 이 책은 곧바로 나의 인생 책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여러 번 추천하고, 심지어 면접에서 책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주저 없이 이 책을 꼽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리뷰를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오래 걸리고 말았다.

이제야 비로소, 이 책이 내게 남긴 것들과 내가 깨달은 것들을 차분히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13.jpg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읽고 나면,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솟구친다. 어렵고 귀찮게만 느껴졌던 글쓰기가 한층 가까워지고, 이에 대한 열의가 마구 차오르면서 "나도 이 기회에 글 한 번 써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마치 오랫동안 꾹꾹 닫혀 있던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정지우 작가의 읽기 쉽고 따뜻한 문체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실제로 나는 이 책 이후에 정지우 작가의 모든 도서를 구입해 읽고 있다. 부동의 1위는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이지만!


처음에는 내 주관적인 감상이나 사족을 덧붙이기보다, 이 책의 내용을 줄줄이 읊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책의 내용 자체가 너무 좋아서, 그걸 그대로 읽어보는 것이 더 강렬하게 와닿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 리뷰 또한 하나의 '글쓰기'이기에, 최대한 내 감상을 남겨보기로 한다. 이 책이 나에게 준 변화와 감동을 내 방식대로 기록해본다.




사실 글을 쓰는 것에는 엄청나게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지우 작가가 말한 것처럼, 글쓰기에는 재능보다 '꾸준함'이 필수적이다.

일상의 습관처럼, 몸에 벤 루틴처럼 자연스러워질 때 비로소 글쓰기가 지속될 수 있다.


하루의 루틴이 되기까지 생각보다 커다란 노력이 필요할 테지만, 대단한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적는 일기, 책을 읽고 한두줄 남기는 감상문, 짧은 메모 하나. 이런 사소한 기록이 글쓰기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완벽한 문장'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강박에서 벗어나 편하게 나의 생각을 술술 풀어보아야 한다.


나 역시 완벽한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꾸준히 글을 쓰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어리를 계속 찢고 수정을 거듭하거나 블로그를 시작해 놓고도 포기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글쓰기는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시작해야 하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쓰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가는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글을 써보고 싶게 만드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


KakaoTalk_20250311_123306997.jpg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01.jpg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03.jpg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04.jpg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02.jpg



글쓰기에서 더 핵심적인 것은 먼저 글 쓰는 '몸'을 만드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어떤 구체적인 구상을 가지고 자리에 앉기보다는, 일단 자리에 앉으면 먼저 손가락이 움직여나가고, 그래서 손이 마음을 이끌고, 마음이 머리를 이끄는 그런 '자세'에 대해 아는 것이 언제나 글 쓰는 일의 출발점에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글쓰기는 우리의 고유한 시선을 찾아나가며, 그 시선 안에 머무르는 일이다. 우리는 시선의 존재가 되기 위해 글을 쓴다.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 모든 것을 응시하고, 그 응시의 기록을 남기고자 글을 쓴다. 매일 매 순간 살아 있다는 것은 나의 시선이 나만의 것으로 생생하게 유지된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글 쓰는 습관은 매일을 '뒤돌아보게' 한다. 글쓰기는 계속 오늘이나 어제 일어난 일, 10년 전에 일어난 일을 되새김질하게 하면서 그때의 본질이랄 것을 찾게 한다. 글쓰기는 계속 우리 과거를 다져나가면서 삶의 내부 혹은 자아의 안쪽을 채워 넣고, 그것을 삶의 기반으로 삼는 일에 가깝다.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05.jpg


어떤 글은 나를 이 삶에,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현재에 더욱 밀착시켜준다. 나의 생활영역을 더 농도 짙게 호흡하게 하면서, 내가 속한 이 삶을 있는 그대로 살 수 있게끔 도와준다. 삶을 더 생생하게, 더 현실감 있게,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글쓰기가 있다.

머리 위 어디쯤에 떠 있는 정신을 가라앉히고 나의 자아나 존재를 이 삶에 소속시키는, 그러한 감각과 높이에서 실현되는 글쓰기라는 것이 있다. 그런 글을 쓰고 나면 확실히 삶이 더 좋아진다. 나를 둘러싼 이 삶 전체가 더 다정해지고, 더 소중해진다.



글쓰기를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그 하루를 기록하려는 도구로 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사실 글쓰기는 삶을 더 깊이 경험하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머릿 속, 가슴 속에 쌓인 생각들을 풀어내는 과정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삶에 밀착하고,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을 더 생생하게 느꼈던 것이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나를 지금, 바로 여기에서 살아가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일상에서 놓쳤던 작은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기록이란 삶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대다수의 문구가 '글쓰기' 뿐만이 아니라 '독서'에도 해당됨을 느낀다.

내가 왜 그토록 소설을 좋아하는지 누군가 물어볼 때, 그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정지우 작가가 그것을 명료하게 말해주었다.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07.jpg


하나의 소설을 읽고 같은 세계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다. 그들 머릿속에서 인물들이 거니는 세계의 풍경, 얼굴 모습, 목소리 톤은 저마다 다르다. 또한 어떤 문장을 읽고 그것을 이해하며 받아들일 때도,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맥락에서, 다른 측면에 주목하며 받아들인다.

문자는 우리 안의 광대한 우주를 만나게 하며, 오직 문자만이 그런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세계를 품고 있다. 그래서 문자를 대하는 일은 즉각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이고, 문자라는 다리를 건너는 일이며, 어떤 장소에 홀로 입장하는 일이다.



나도 언젠가부터 유투브나 숏츠에 중독되어 하릴 없이 시간을 죽이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놓지 않는 것, 그거들보다 훨씬 좋아하는 것은 종이 책을 읽는 일이다.

어쩌면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거대하고 깊다.

책과 언어, 그 세계에 대한 접속을 잃어버리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실이다.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08.jpg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09.jpg


아쉬운 것은 그런 너무 많은 화려함 때문에 오직 문자만이 초대할 수 있는 더 광대하고 다채로우며 깊은 세계에 대한 접근은 점점 차단되어간다는 점이다. 오직 문자로만 이해할 수 있는 당신의 깊은 마음, 우리의 관계, 문자를 매개해서만 정확하게 되살릴 수 있는 나만의 기억들, 내가 품어온 꿈과 세상에 대한 이해, 무한하게 펼쳐질 수 있는 상상적인 세계가 점점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결국 그 시절을 통째로 가장 정확하고 깊이 있게 기억나게 하는 건 그때의 이야기이고, 그 시절 남겨두었던 나의 언어들이다. 여행 이야기든 가족 이야기든, 사진이나 영상은 작은 퍼즐조각밖에 되지 못한다. 그것은 하나의 앨범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시절을 온전히 살려내거나 이 삶을 온전히 품을 수는 없다. 그것만으로는 삶을 지켜낼 수도, 기억할 수도, 이어갈 수도 없다. 삶이 감각의 수면 위로만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면적인 깊이로 이해되며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만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



이것은 내가 꾸준히 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그 시간의 감정은 나의 언어와 문자로 표현할 때 더욱 정확하고 뇌리에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추억과 기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지만, 결국 그것만으로는 그 시절의 감정과 분위기, 생각의 흐름을 온전히 되살려낼 수 없다. 진짜 기억을 지켜주는 것은 바로 글쓰기다.

그래서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핸드폰을 꺼내들기 보다는 수첩과 펜을 꺼내드는 게 아닐까?

'사진이나 영상은 작은 퍼즐조각밖에 되지 못한다.'는 문장이 와닿았다.


우리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이해와 사유를 위해서는 스스로의 언어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눈으로 보이는 장면만이 아니라, 그때의 감정과 생각까지 온전히 담아내려면 나만의 언어로 기록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남기고 싶은 기억들은 단순히 아름답고 멋진 이미지가 아니라 언어로 더 깊숙하게 새겨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삶을 온전히 살려내는 글쓰기일 것이다.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10.jpg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11.jpg
KakaoTalk_20250311_123306997_12.jpg


그렇게 늘 마음을 걸러내다보면 하루 동안 내 마음에 무엇이 들어오는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매일을 순백의 백지로 시작할 수야 없겠지만, 엉망진창으로 낙서가 된 종이 위에 또 새로운 낙서를 덧입히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지우개로 지워서 그 위에 하루를 덧입히는 게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보다 유용할 것이다.

그러면 나의 불안이나 걱정,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마음, 감격하거나 실망한 것들에 관해 더 선명하고 섬세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종류의 '지우는' 작업은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마음을 두어야 하는 것, 내 마음이 흘러가는 것을 보다 잘 알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감정들을 무작정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지우고 정리하는 시간을 별도로 가져야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선명하게 보일 수 있다고 한다.

나 또한 이렇게까지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며 쓰는 일기를 통해 내 감정과 생각들을 한 번 정리하고 걸러내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불필요한 낙서들을 지우고, 정말 소중한 것들만을 남기는 연습은 필요하다.



삶이란 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리지 않고서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환상소설 속 마법사가 어느 시공간을 빨아들여 모자 속에 집어넣듯이, 그 삶을 회수하여 이 글쓰기의 공간으로 끌고 와야만 한다. 그래야만 내가 누려낸 그 삶을 내 안에 남길 수 있다.
남기지 않고 누리기만 한 삶은 허공의 연기처럼 흩어져 모두 사라질 것이다.
_책 속에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언젠가의 끝을 떠올리며, 깊은 오늘을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