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채우고, 나로 숨 쉬는 시간

일은 나를 키우고, 나는 나를 돌본다

by 롬콤


나에게 직업이란 단순히 돈을 벌거나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만 하는 일이 아니다.
공부하고,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 후 회사를 다니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주어진 수순처럼 여겨지지만, 이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는 압박이 나를 밀어붙이지는 않았다.(실제로 일을 해보기 전까지는 압박감을 느꼈지만)

다양한 작업을 부딪치며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일이라는 건 단순히 해야만 하는 의무가 아니라,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물론 종종 반복적인 업무에 무료함을 느끼기도 하고, 가끔은 번아웃이 와서 ‘지금 이 일을 내가 왜 하고 있는 걸까?’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솔직히 말하자면, 요즘이 딱 그렇다. 요즈음 처음으로, 나에게 찰떡이라고 생각했던 9to6 회사가 아닌 프리랜서의 길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한다는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유를 따질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나는 일을 해야하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구나, 그런 마음이 나를 다시 일상으로 이끌어준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가능한 한 기쁘게, 일을 해나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도 점점 더 뚜렷해지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일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보내는 순간들과 그 안에서의 배움, 성취감은 물론 소중하고 기쁘지만, 그것만으로는 나의 삶이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점점 더 깊게 느낀다.
회사에서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 바깥의 온전한 여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시간은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하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나를 돌보는 순간을 가져야만 했다.
그래야 비로소 그 하루가,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제대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분명하게 나의 일부를 채워주지만, 나를 진짜 나답게 만드는 순간들은 대개 나만의 작은 틈새 속에서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을 내 안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며, 조금은 덜 흔들리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으로 여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을 읽고, 소소한 기록을 끊이지 않고, 나의 리듬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계속계속 한다.

나는 지금 이 생활이 나에게 잘 맞는다는 걸 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동시에 여러 가지 작은 시도들을 해보는 것, 혹은 작은 루틴들을 지켜나가는 이 반복적인 일상이 나를 건강하고 충만하게 만들어준다.
그 과정을 통해야만 비로소 제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마음이, 나를 다시 내 자리로 이끌어주는 작은 불씨가 된다.


일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기거나 가벼운 취미처럼 쉽게 치울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은 내 삶을 지탱하는 한 축이며, 나를 성장시키고 세상과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시간들을 꼭 챙겨야 한다는 것을 더 이상 잊지 않으려 한다.
필수적으로 필요한 그 시간은,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게 해주는 나만의 숨통이 될 것이다.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일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고 피곤한 눈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직장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나 내 능력 혹은 주변의 상황에 한계를 느낄 때, 그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이런 생각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나는 일이라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돈이 정말 많~아도 어떤 식으로든 활동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가끔은 '내가 로또에 당첨되면 그러지 않으려나?' 생각해본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일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도구를 넘어선다.

생계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럼 우리가 자그마치 하루의 1/3이나 되는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당연히 돈을 벌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내가 성장하고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 아닐까?

직업이라는 것은 겪어보면 볼수록, 커리어적인 면에서 우리의 방향성을 잡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도 한다.
일은 고단하고 때로는 지겹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를 단련시키고 조금씩이나마 자라나게 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세상에 나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이다.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를 일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잠시 쉬어갈 수는 있어도 내 안의 잠재력을 닫아두는 것처럼 느껴진다.
넉넉한 경제력이 뒷받침이 되어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해도,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특정한 업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미처 펼쳐보지 못한 채 멈춰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일의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꼭 직장에 다녀야 한다는 법도 없고, 사회적으로 '일'이라고 불리는 노동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창작 활동을 통해, 누군가는 가족을 돌보는 시간을 통해, 또 누군가는 배움을 이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향해 시간을 쓰고, 내 에너지를 쏟아내며,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일이라는 건 그저 바쁘고 치열하게 돌아가는 무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삶에 참여하고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직접 내 손을 움직이고, 내 머리를 쓰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무엇인가를 향해 써내려가는 그 자체는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아무리 작아 보이는 일이더라도, 그것을 통해 배우고 실수하고, 깨닫고 다시 도전하는 그 순간들이 결국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일'을 통해 한단계씩 나아가고 보람을 느끼고 싶다.

어떤 방식이고 어떤 직무든, 오랫동안 즐겁게 일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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