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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생 Sep 11. 2022

명절 풍경

아버지는 애연가셨다(물론 애주가셨고). 어릴 땐 안방에 아버지가 재떨이를 끼고 길게 누워 방안 가득 연기를 피우시며 티비를 보시던 장면이 가장 익숙한 일상이었다.


현직에서 은퇴하시고 나도 내 앞가림하는 나이가 된 후, 아버지는 항상 집 밖에서 한 대 피우고 들어오셨다. 화단 겸 작은 텃밭이 마주 보이는 창가에 아버지의 작은 재떨이와 라이터 몇 개가 귀엽게 매달려 있었다.


아버지가 하늘나라 가신 후 창가의 라이터는 주인을 잃었고, 재떨이는 언젠가부터 사라지고 없어졌다. 아마도 평생 담배를 싫어하셨던 어머니의 미움을 받았던 것이리라.


그런 어머니께 명절날부터 걱정 끼치기 싫은 막내아들은 슬쩍 나가 한 대 피우려 아버지의 자리를 찾는다. 귀여운 라이터들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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