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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스폰서가 생겼다.

by 김사장

오랫동안 연락이 뜸한 그녀

또 다른 사랑에 빠져있어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한동안 그녀에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을 마신 상태에서 나를 만나러 편의점으로 왔다.

"말도 없이 어쩐 일이야?"

"술도 깰 겸 언니도 만날 겸 겸사겸사 왔지!"

"대리 불러서 온 거야?"

"소주 반 병 밖에 안 마셨어, 언니 내 주량 알잖아 그 정도 먹어선 간에 기별도 안가"

"그건 자기 생각이지, 누가 봐도 술 한잔 한 느낌인데~"

"괜찮아요~근데 편의점은 어때?"

"갑자기 그건 왜? 분양 일 안 하고 편의점 하려고?"

"응! 내가 할 건 아니고 우리 아저씨."

"아저씨 딴 일하고 있잖아."

"아냐, 지난달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3층에서 떨어져서 갈비뼈니 발이니 다 골절됐어."

"어머나! 어쩌다?"

"몰라!! 짜증 나서 자세히 안 물어봤어, 우리 아저씨 퇴원하면 지금 일은 못 할 거같으닌깐 새론 일을 찾아야 하는데 언니가 생각나서."

"글쎄, 사람마다 다르니깐 괜찮다 어쩠다 말을 못 하겠네."

"어차피 힘든 일은 못하니 쉬운 일이라도 해야지"

그녀는 내가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게 상당히 쉬워 보였는지 내가 애로사항도 많고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류 했으나 몇 달 뒤 아저씨가 퇴원하자마자 나와 같은 브랜드에 편의점을 본사 직원을 통해 양수받았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새로운 애인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고 아저씬 하루에 12시간가량 편의점에서 고군분투했다.

그녀는 간간히 편의점에 들러 돈 많은 애인과에 시간을 자랑하며 남자들이 자신과 사랑에 빠지지 못해 안달이 났다는 식에 말을 서슴없이 했고

혼자서 힘들어하며 편의점 일을 하는 남편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다른 남자들과 불륜 행각을 하면서도 죄책감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어 보였던 그녀가

어느 날 술이 만취가 된 상태로 밤늦게 전화해서

우리 집 앞이라면 잠깐 나올 수 있냐면서 울먹였다.

어느 날부터 그녀에 모든 점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매번 그녀에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너무 늦었는데~그럼 우리 집 앞 편의점 앞으로 와."

"응"

뭉그적거리며 나간 편의점 앞엔 이미 그녀가 테이블 앞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캔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길래 늦은 시간까지 집에 안 가고?"

"나랑 지금 만나는 놈이 내 친구랑 바람이 났더라고?"

"어머? 그걸 어떻게 알아?"

"그 새끼가 내 전화를 안 받길래 열받아서 여러 번 전화했더니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는데 내 친구 년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전화를 바로 끊고 내 친구년한테 전화를 했더니 바로 받드라고."

"어머! 그래서?"

"그래서 너 지금 내 애인이랑 같이 있냐는 깐 뻔뻔하게 그렇다고 하드라고"

"어머 세상에, 근데 자기 애인이 자기 친구를 어떻게 알았어!?"

"분양 일 같이하는 년인데 내가 애인 만나러 간다고 하닌깐 따라가면 안 되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는데 아마 그때 서로 전화번호 주고받았던 거 같아."

"어머나 세상에, 그래서 자긴 이제 어떻게 할 건데?"

"그 새끼가 내 전화를 차단했는지 전화도 안 받고 카톡도 안 읽더라고, 끝난 거 같아."

그녀는 캔맥주 여러 개를 마신 뒤 한참을 울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한 두달을 그렇게 잠잠히 지내는가 싶더니

그녀는 명품백 가방을 들고 편의점에 불쑥 나타났다.

"어머 자기 돈 잘 버는구나!?"

"언닌~분양 일해서 이런 명품백을 어떻게 사?"

"그럼? 복권이라도 당첨된 거야?"

"응"

"로또!!? 얼마짜리!??"

"ㅎㅎ맞아,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 나한텐 로또지, 언니 예전에 나랑 사주팔자 보러 철학관 갔었지, 그때 그 사람이 나한테 머리 하얀 사람이 나타나서 날 도와 줄거란 말 기억해?"

"몰라 생각 안 나"

"나보다 5살밖에 안 많은데 머리가 진짜 하얗더라고 근데 키도 크고 잘생겼어,

그리고 이런 말까지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매달 용돈으로 쓰라고 돈도 줘."

"어머! 어쩌려고 그래?"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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