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 딸
"엄마 진짜 나 중학교 안 보내 줄 거야?"
"네가 알다시피 지금 상황에 어떻게 널 중학교에 보내, 네 동생들을 돌봐 줄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그러니 아픈 엄마랑 동생들이나 보살펴!!"
옆에 있던 아버지가 엄마를 대신해 정숙에게 단호히 말했다.
설마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는 좌절감과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상실감에
정숙은 갓 태어나 울고 있는 막내 동생과 그 옆에서 덩달아 울고 있는 동생들을 뒤로 한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정숙아? 정숙아? 동생들 안 보고 어디가?!"
아버지에 다급한 목소리는 정숙을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명희야? 명희야? 뭐 해? 집에 있니?"
"누구야? 정숙이니? 잠깐만 기다려!
손에 있는 물기를 훔치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조금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세상 급할 거 없는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왜?"
"너 아빠가 중학교 보내 준대?"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 형편에 무슨 돈으로 중학교를 보내 주겠어? 3년만 집에 있다, 서울에 가서 자립하려고,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설마 너도 아빠 엄마가 중학교 안 보내 준다고 했어!? 너넨 형편이 나쁘지 않잖아?"
"엄마가 막내 놓고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엄마를 대신해 나보고 동생들을 돌보라고 하는 거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그래서 집을 나올 생각이야, 그러니 나랑 함께 가자!"
"나오면 어디서 뭘 하려고? 우릴 받아 줄 곳이 어딨 다고!?
"찾아보면 있을 거야, 네가 함께 간다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니깐 우리 낼 당장 집에서 나오자?"
"내일 당장!? 그건 안돼! 아빠가 놀래기도 하겠지만 슬퍼하실 거야! 엄마도 그렇게 야밤도주로 집을 나갔는데 나까지 그런다면 우리 아빤......"
"야? 그럼 넌 친구들은 교복 입고 학교 가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 난 싫어, 혹시라도 동생을 업고 밖에 나갔는데 친구들과 마주친다면 창피할 거 같아, 그렇게 사느니 그냥 서울로 가서 돈이나 버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러니 같이 가자?!"
"나도 그러긴 하지만...... 지금 당장 결정은 못할 거 같아, 아빠가 너무 맘에 걸려, 일주일 시간을 주면 결정해서 얘기할게!"
"그러지 말고 함께 가자?"
정숙에 제안을 들은 명희는 밤새 생각했다.
어차피 아빠랑 함께 있는다고 해서 형편이 나아지지 않을 거란 생각과 자신이 서울로 가서 돈을 번다면 아버지에게 다달이 용돈도 보내 줄 수 있을 것이고 부지런히 돈을 모은다면 천장에 쥐가 왔다 갔다 하는 집이 아닌 좀 더 좋은 집을 얻어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명희는 일주일이 아니라 이틀 만에 결정을 했고 이른 새벽에 각자 편지를 써놓고 가출하기로 결정을 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