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에 대하여

by 김산난



25.09.08 19:15

스레드는 하루에 천 단위의 유용한 글이 올라온다.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많아 자주 접속하게 되고,

들어가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종종 나를 흠칫하게 하는 공격적인 문장들이 보인다.



일주일 만에 터지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

몇 달 만에 팔로워 0만 명까지 성장 못하는 것은 …

AI 100% 자동화 시스템으로 돈 벌기,

이대로 따라 하세요.



요즘 인기 있는 콘텐츠들은

마치 세상에 돈 버는 정답지가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코딩하듯 비법을 전수한다.



오늘 나를 멈추게 한 문장은 이것이다.

읽히지 않는 글은 일기에 불과하다.



유용한 비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도태되는 것처럼 취급하는 세상이다.



작업물에 내 시간과 생각을 온전히 쏟아 만든

콘텐츠는 멍청해 보인다.

쉬운 길이 있는데 그걸 안 해?

시간은 한정된 자본, 어떻게든 유용하게 다뤄야해.



주변에서 실수담, 실패담을 공유하는 경우가

원래도 드물었지만 이젠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의 시선을 훔쳐 가는 것은

모조리 단기간에 성과를 이뤄낸 그 무언가들이다.



대부분의 초심자들은

그 비법서라는 것을 그대로 따르며

양산형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sns에는

고민 없이 만들어진 공해 콘텐츠가 늘어난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 더 늘어나겠지.



인플루언서에게 시선이 주목되는 사회일수록

세상의 개성과 방식은 줄어든다.



아. 나는 한국의 공격적인 성장세와 성과주의가

정말이지 OOO.

본인만의 실수나 과정의 공유, 그에 대한 인정보다는

그저 시간 낭비 없는 최선의 루트만을 공유하는

이 사회문화가 종종 나를 힘 빠지게 한다.



내 생각과 반대되는 문화에 저항하고 싶어도

떠먹여주듯 눈앞에 불쑥 나타나는 이 구조 또한.



요즘 이세돌의 ‘판을 엎어라’라는 책을 읽는데,

거기엔 이런 문장이 나온다.



“ 내가 만약 주위의 말에 휘둘려서

내 스타일이 잘못된 건 아닐까 불안해하고,

그래서 남들처럼 몇 시간씩 바둑판 앞에 앉아

기보를 놓거나 연구하며, 공부 방법을 바꿨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을 것이다.

내 스타일을 꿋꿋하게 지킨 것이 몇 년 후

서서히 성과를 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믿는다. ”



나는 사람이 진정한 성장을 하려면

본인만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본인만의 파일럿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는다.



우리 세상은 시행착오에 너무나 인색하다.

세상이 조금만 느리게 흐르면 좋겠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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