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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사원 Apr 16. 2018

[김 사원 #31] 아주 흔한 첫 출근 날의 일과

오랜만에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출근했다. 혹시나 길을 잘못 들까 싶어 지하철역에서부터 지도 앱을 수시로 확인했다.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이제 저들과 회사 동료가 되겠구나.


입구에서 전화를 하고 잠시 기다리자 인사팀 직원이 나와 회의실로 안내했다. 인사팀 직원은 근로계약서를 꺼냈다. 아 세상이 많이 변한 걸까. 근로계약서는 최소 일주일은 다녀야 말 꺼내볼 수 있는 게 아니었나.


사무실로 들어가 자리를 안내받고 팀원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마침 팀이 바쁜 시기였다. 선임은 일단 김 사원에게 업무 매뉴얼 파일을 여러 개 주었다. 업무 시스템별로 매뉴얼이 정리되어 있다니 신기했다. 업데이트가 잘 되어 있진 않았지만 멀뚱 거리는 신입 직원에게는 훌륭한 읽을거리였다.


오전에는 팀장에게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먼저 사업부의 조직 구성과 팀별 업무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다음에는 팀원들의 R&R 표를 보여주었다. 이게 우리 팀의 네 일 내 일을 가르는 문서구나. 마지막으로 팀장은 새 팀원을 위한 아낌없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오후에는 매뉴얼을 마저 읽었고 R&R 표를 보며 팀원 이름을 익혔다. 다른 팀원들은 모두 바빠 보이는데 도와줄 일이 없어서 조금 뻘쭘했다. 김 사원의 눈빛을 읽었는지 지나가던 선임이 항상 이렇게 바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생각 없이 앉아있을 수 있는 이 시기를 즐겨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 늦게 팀 메신저로 다음 주 회식이 공지되었다. 회식을 미리 공지하다니! 예전 회사는 항상 당일에 회식을 하자고 했다. 예산도 부족하니 빠질 사람은 빠지라는 의미인가 싶었는데, 정작 빠진다고 하면 못마땅해하길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여긴 미리 말이라도 해주는구나.


여섯 시가 되자 선임이 김 사원에게 퇴근하라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신입 직원을 챙기는 배려심에 감동했다. 원래 신입 직원이란 하루 종일 하릴없이 빈둥대고서도 6시가 넘으면 퇴근할 타이밍을 못 잡고 빈 엑셀이나 켜둬야 하는 줄 알았는데. 자칫 꾸물거리면 진짜 타이밍을 놓칠 것 같아 얼른 '내일 뵙겠습니다' 하고 인사했다.


이직 첫 날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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