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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Jul 29. 2019

'놀면뭐하니' 첫방 감상평

김태호 PD와 유재석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1. 첫 방을 보면서 든 생각은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였다. 김태호 PD, 유재석 조합을 그리워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김태호 PD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한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있어도 좋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김태호 PD, 유재석 조합에 기대치가 높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큰 차이점이 없어 보여서 실망했다고 할 것이다.

2. 김태호 PD와 유재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무한도전을 다시 한다고 생각했을 때의 부담감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기존 시청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한도전 원년멤버의 재결성일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기대치에 비해 너무 많이 진행된 멤버들의 노쇠화, 신선함이 떨어지는 캐릭터들 간의 케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겠지만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 키플레이어(노홍철, 정형돈)들의 현재 상황이 문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멤버들을 모았을 때 마니아들은 환호하겠지만 확장성이 떨어지고 이전의 영광을 재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아마 무한도전이 돌아오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아마 불이 다 타고 꺼져서 불씨 하나 남은 상황이 될 때까지는)

3. 무한도전의 상황은 최근 김태호 PD의 인터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김태호 PD는 회사와 시청자들의 바람을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무한도전2를 검토하였다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https://www.mk.co.kr/star/broadcasting-service/view/2019/07/568812/) 김태호 하면 무한도전인 상황과 그 무한도전이 돌아오기 어려운 상태에서 김태호 PD의 복귀는 생각보다 갑작스러웠다. 뜬금없는 유튜브를 통한 복귀. 갑작스러운 복귀는 더 이상 그의 복귀를 기다려줄 수 없는 MBC의 사정이 제일 크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더 이상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이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마저 지나버렸다. 요즘 방송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것은 jtbc, tvn이다(그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종편, 케이블의 주축들이 한 때는 공중파 PD들이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 상황에서 공중파, 특히 MBC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KBC는 적자전환에 MBC는 영업손실이 119% 증가하였다. 결국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MBC 상황에서 김태호 PD의 복귀는 절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김태호 PD 입장에서 자신의 간판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다시 시작할 수도 없었다.

4. 결국 김태호 PD의 결론은 핵심 뼈대인 '유재석'만 남기고 다시 뭐라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 수많던 카메라들도 모두 치우고 단 한 개의 카메라만 남긴 채. 무한도전이 유재석이라는 코어에 이런저런 멤버를 결합해서 지금의 무한도전이 되었듯이 유재석이라는 핵심 멤버만 남겨놓고 다시 멤버와 콘셉트 조합을 시작한 것이다.

5. 다른 예능과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다른 예능과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유재석'이다. 김태호 PD의 예능은 유재석이라는 존재가 있음으로써 가능해진다. 포맷도 정해져 있지 않고, 고정 멤버 없는 데다가, 카메라 달랑 한 개로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파악하며 거기에서 자신의 롤을 잡아서 움직일 수 있는 예능인은 흔치 않다. 첫 회의 가장 최고는(내 생각에) 가장 늦게까지 2G 폰을 쓰던(것으로 보이는) 유재석이 ASMR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진화해나가는 유재석의 면모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7.  아마 내 생각에 '놀면뭐하니'가 무한도전이 노홍철, 정형돈, 하하 등 새로운 예능 인재를 발굴했듯이 새로운 예능 풀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 같다. 그렇게 새롭게 발굴된 멤버들이 새로운 MBC 토요 예능의 주축이자 미래 예능 대세들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정형 포맷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끝이 기존 멤버들이 돌아온 무한도전은 아닐 것 같다.(아쉽지만)

8. 새로우면서도 대중에게 익숙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딜레마, 무한도전이 돌아오기 바라는 팬들의 바람 속에서 다시 무한도전과 같이 성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 무한도전만큼의 만족도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려면 무한도전이 전성기를 맞기까지 걸린 시간만큼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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