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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Feb 27. 2020

모두가 저자가 되는 시대

북저널리즘 - '미디어저자; 기획하고 연결하라' 감상문

박세혁 교수가 북저널리즘에 기재한 글인 '미디어저자; 기획하고 연결하라'는 트랜스미디어 시대에서의 저자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글입니다.


과거 저자는 신과 같이 하나의 세계를 새롭게 창조하는 신적 존재로서 추앙받았습니다.

"잭 스탈린저는 저자 숭배를 "신적 재능을 발휘해 물질화된 현실에 속박된 일반인이 발견할 수 없는 진실을 추구하고 더 실제적인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순수성을 간직한 고독한 개인에 대한 숭배"로 정의했다."


이러한 시대에도 셰익스피어는 한 명의 '인칭적 저자'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을 콘텐츠 제작에 참여시키는 콘텐츠 기획자이자 저자와 관객사이에서 텍스트를 연결하고 중재하는 '미디어 저자'로서 활약하였습니다. 그는 '더 로드 체임벌린스 맨'이라는 극단을 창단하였으며 이 극단은 연극의 기획과 창작, 연출, 연기를 분담한 집단 창작 공동체였습니다. 그는 텍스트의 원저자라기 보다 텍스트 사이에서 다양하게 교류하고 변주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자기 자신을 브랜드로 활용하여 연극에서의 상업적 성공을 거둔 최초의 미디어 저자로 평가됩니다.


또 다른 미디어 저자의 원형으로는 인쇄기술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책이라는 매체가 발명되면서 저자가 작성한 텍스트의 문법과 문체를 편집하고 독자들과의 매개체인 책의 형식 등을 고안해왔습니다. 텍스트는 텍스트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은 책의 디자인, 형식 등 다양한 요소와 함께 어우러져 독자와 상호작용합니다. 이런 상호작용의 과정 가운데 인쇄기술자들은 텍스트와 독자 사이를 중재(mediate)하는 미디어 저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이러한 역할은 지금의 에디터로 이어지게 됩니다.


최근 트랜스미디어 시대에서의 창의성은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추구하는 창의성은 탈중심적인 변주를 발생시키는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와 콘텐츠 사이를 중재하고 그것을 관객과 연결하는 미디어 저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마블은 개방된 생태계 속에서 미디어 저자의 활약을 통해 성공한 콘텐츠 기업입니다. 마블에서는 다양한 미디어 저자들이 기존의 텍스트들을 변주하고 연결하며 마블만의 생태계를 만들어내어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마블 자체적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텍스트의 상호 연관성과 복수의 세계관이 미디어 전역에서 활동하는 다채로운 창작 주체들에 의해 생성된 것이다. 이러한 연결을 가능하게 만드는 창작 주체는 한 사람의 뛰어난 개인이 아닌, 다수의 인물과 다양한 기능이 융합된 미디어 저자다."


마블 생태계에는 한 명의 인칭적 저자가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저자들이 기존의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변주하고 다른 세계와 연결하는 창의성을 발휘합니다.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추구하는 창의성은 탈중심적인 변주를 발생시키는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마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자신만의 리뷰를 작성하는 리뷰어들도 마블 생태계의 저자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의미는 텍스트의 원작자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새롭게 소비하고 트랜스된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모든 사람들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는 명제는 광범위한 미디어 접속 권한을 부여받은 시민들에게 이미 현실이다. 일기 형식의 SNS 게시물은 빅데이터 시대의 자산이 되고, 다양한 미디어 포맷에 기록되는 소비활동의 후기는 자본주의에 대한 평론을 제공한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나영석 사단의 유튜브 채널인 '채널 십오야'의 백만 구독자 돌파 및 구독 취소 에피소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나영석 PD는 은지원, 이수근씨와의 라이브에서 해당 채널의 구독자가 100만이 넘어가면 '달'에 가겠다고 공약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네티즌들의 참여로 실제 구독자가 100만이 실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자 나영석 PD는 다시 채널 구독 취소해 달라며 읍소하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출처 : http://www.ohfun.net/?ac=article_view&entry_id=21566)


구독자 수가 100만을 넘어가자 좋아하기는 커녕 초조해하며 구독취소를 간절히 비는 모든 과정 가운데 네티즌들은 댓글이라는 자신만의 텍스트를 생산하며 백만 구독자 돌파 및 구독 취소 에피소드에 참여합니다. 하나의 놀이와 같았던 이 에피소드를 통해 나영석 사단 뿐만 아니라 수많은 네티즌들은 나영석 사단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 생태계 속에서 수많은 댓글과 구독, 취소 행위를 통해 전반적인 컨텍스트를 공동 창작하는 저자가 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네티즌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이 에피소드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에피소드의 처음 텍스트는 나영석 PD가 탄생시켰지만 네티즌의 참여로 텍스트가 완성되게 됩니다. 이 과정 가운데 모두가 텍스트의 저자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콘텐츠를 해석하고 새롭게 변주하는 트랜스미디어 시대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두 텍스트에 참여하게 되고 저자로서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만 저자가 되는 시대에서 저자와 독자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창조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맞물리는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지적, 기술적 교류의 결과물이다. 텍스트를 집필하고, 이를 활자로 프린트해 책으로 제본하고, 다양한 경로로 유통하고, 최종적으로 독해하는 모든 단계의 참여자들이 창작의 주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창작이 크게 어렵지 않음을, 창의성의 기본 조건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 아닌 기존에 있던 것들을 새롭게 연결하는 능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텍스트와 텍스트를 연결하고 그것을 소비할 독자와 연결하며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글 읽기(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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