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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Mar 17. 2021

분노가 감성으로 해소되는 사회를

마크 브래킷 '감정의 발견' 감상문


간단 요약


이 책은 감성 능력의 중요성을 소개하는 책이다. 감정 과학자로서의 핵심 능력인 감성 능력은 RULER로 설명되는 총체적인 기술이자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개인의 성장을 촉진하고 긍정적 관계를 맺고 유지하여, 더 큰 행복을 누리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건설적인 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감성 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감정 관리를 위한 프로세스(RULER)는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감정을 인식한다.
감정 자체와 감정의 근원을 파악한다.
적절한 단어로 감정을 표현한다.
감정을 잘 전달한다.
감정을 다루는 능력을 키운다.(마음 챙김 호흡, 전망하기(예상하여 대처하기), 주의 돌리기, 인지 재구조화 전략(분석하고 바꿔서 생각해보기), 메타 모먼트(잠시 멈춰서 최선의 답을 찾기))


내가 '관종'이 된 이유


나는 어릴 적 유별났다. 가족들 앞에서 사회를 보기도 하고, 교회에서는 매주마다 신곡을 발표했다고 한다. 사람들 앞에 서서 관심받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이 좋은 쪽으로 발전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가족의 품을 떠나 내가 적응해야 하는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안에 함께 어우러지는 방법을 빨리 터득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나의 감정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나의 감정과 생각을 받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했던 나는 결국 소위 '관종'이 되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가 된 것이다.


전학가던 날 어느 하루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선생님은 전학가는 나의 마음을 풀어준다고 사람들 앞에 나를 앉히고 그 동안 쌓여있던 것들을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여기부터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은 나를 격려하거나 지지해주기는 커녕 나의 유별남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되었는지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슬퍼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난다. '너희들이 나에 대해 뭘 아느냐'라고 울부짖으면서. 그저 내가 유별난게 문제였다고 생각해왔다. 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과거가 부끄럽다고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힘겨웠던 어린 시절의 아픔들이 단지 나만의 잘못이 아닌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지지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상황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을 다양한 형태로 몇 번이고 묻는다는 것은 이 문제를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누구도 솔직한 대답을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으며 그렇게 답하지도 않는다. p.24


우리는 말로만 서로의 감정에 관심 있는 척 한다. 하지만 '어떻게 지내는지' 묻는 내가 기대하는 답변은 '잘 지내'이다. 우리는 사실 그 사람이 '사실은 내가 어떤 일 때문에 기분이 어땠다.'라고 말하는 것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무관심하게 살아간다. 오히려 감정 표현은 이성적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부정적인 낙인을 찍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환경에서 감정 표현은 서로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나의 감정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 지지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겠는가.


아내가 고마운 이유


결국 나는 대학에 갈 때까지 감정을 제대로 다루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간의 관계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성장하는 것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게 느껴졌다. 그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와 연애하게 된 이후 나는 나의 감정을 안정적으로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항상 평안한 감정 상태를 잘 유지하는 아내는 내가 순간적으로 보이는 어두운 감정 표현을 안정적으로 수용해주고 지지해주었다. 지지받고 있다는 안정감이 확신으로 변한 이후부터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내와 함께 하며 안정적인 감성 환경에서 성장과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늘 아내에게 감사하다.


감정 표현을 허락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못되게 굴거나 무시하는 모든 순간에 집착하라는 뜻이 아니다. 사실은 그야말로 정반대이다. 그런 순간을 극복하고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정상적인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p.247


블라인드가 직장에서의 분노로 가득차는 이유


대나무숲앱인 블라인드에는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분노가 가득하다. 왜 사람들은 블라인드에 자신의 감정을 분출시킬까? 그것은 조직이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회사 조직은 '일'을 하기 위해 모이는 곳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회사는 전혀 사무적이 않은 곳이다. 결국 회사도 인간이 모여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직장 일을 기술과 정보, 지적 능력과 경험, 성취와 성과를 향한 갈망으로 해 나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노력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감정이야말로 직장에서 작용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p.321
사무적이라는 말은 굉장히 부적절한 표현이다.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니 당연하다는 허울을 덮어씌우지만 회사 일은 전혀 사무적이지 않다. p.324


회사는 감정이 상당 부분을 지배하는 곳이다. 감정이 회사를 지배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감정 표현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조직이라면 그 불만과 좌절의 에너지는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가기 마련이다.


결과가 뻔한데 굳이 의견을 낼 부하가 있을까? 직원들의 기분은 곧 낙담에서 무관심으로 바뀐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대신 페이스북에서 시간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뒤지기에 이른다. p.329


조직에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개인들의 감정이 조절되기 어려울 때 조직은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지지해주며 부당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뉴닉의 출퇴근은 왜 이렇게까지 자유로울까? 아무래도 뉴닉이 팀원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뉴닉 팀은 아침마다 서로의 컨디션을 공유하고, 일하면서도 서로의 컨디션을 챙긴다.  (뉴닉 뉴스레터, 에디터 준의 뉴닉 적응기 중)


MZ세대를 위한 뉴스레터 서비스 기업인 뉴닉에서는 팀원들의 컨디션을 조직 차원에서 관리한다. 이것은 단지 육체적인 컨디션 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합적으로 직원의 컨디션을 챙기는 회사라면 그만큼 서로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며 표현할 수 있는 조직일 것이다. 감성 지능이 뛰어난 조직은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뉴닉은 월·수·금 일주일에 세 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를 5분 안에 읽을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메일로 보내주는 스타트업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그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이슈를 주로 다룬다.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1월 정식 서비스 시작 후 1년 만에 구독자 13만명을 끌어모았다. 입소문 외에는 그 흔한 SNS 마케팅 없이 이뤄낸 성과라 더욱 빛난다.(매일경제, 어려운 뉴스도 꼭꼭 씹어 설명해드려요.)


감성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리더십이 되면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


사실상 감정이 지배하는 조직생활에서 어떤 사람이 리더십이 되어야 할까? 이 책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을 잘하는 사람은 감성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조직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감정 표현을 지지해주고 그 감정을 관리해줄 수 있는 감성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조직의 리더가 되어야 그 조직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문화의 상당부분은 조직의 감정적 상태가 차지하는데 이는 구성원의 감정 지능에서 비롯한다. 감성 지능이 높은 리더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성 지능 발휘가 가능한 기업 문화를 갖춘 조직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p.340


유명 강사가 더 잘 가르치는 것 같은 이유


유명 강사들은 강의를 하다가도 자신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다른 잡다한 수다로 시간을 채우는 경우가 있는데 심지어 내 경험에는 거의 수업의 절반을 수다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수업에 더 집중하고 나은 성적을 얻는다. 강사들이 수업 자체에 집중하는 것만큼 관계를 형성하고 정서적으로 연결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은 왜일까?


학교의 핵심 역할은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공부 분야, 새로운 친구 등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경험 덕분에 교사가 진짜 가르치는 것은 교사 자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들이 가르치는 과목과 학생에 대한 열정이 전염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서 배운다. p.284
교사가 수업에 정서적으로 투자하면 학생들에게는 배우려는 마음이 생긴다. p.299


감성 능력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것은 공부를 더 잘가르치기 위해서 가르치는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다를 떠는 시간은 그냥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강사와 학생이 교감하고 강사의 매력도를 높이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강사와 더 친근해질 수록 그 과목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유명한 학원 강사들은 그 과목의 전문가이기 이전에 공부를 더욱 사랑하도록 만들어주는 전문가들이다. 강사가 매력적이고 재미있다보니 학생들인 그 과목을 더 배우려고 하고 집중하는 만큼 더 나은 성적을 얻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경험은 나도 가지고 있다. 중학교 시절 사회와 역사를 가르치시던 학원 선생님이 엄청 재미있는 분이셨다. 그 분의 수다를 듣는 것이 수업의 낙이었다. 그 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면서 사회와 역사라는 과목에 더 몰입하게 되었고 사회는 유일하게 내가 한개도 틀린적이 없는 과목이 되었다. 잘 가르치는 유명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 자체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사람이 매력적인 만큼 학생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 이 책에서의 표현으로 설명하자면 정서적으로 투자를 잘하는 강사가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고 유명한 강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분노로 가득찬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스토아 학파에서는 행복과 불행에 대해 현실 그 자체가 아닌 현실에 대한 본인의 의견에 달려있다고 설명한다. 감성 과학은 현실 그 자체보다 내면의 감정에 집중하면서 더 나은 감정 상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감정에 집중하고 조절하는 것은 단순히 현실을 회피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일이 감정과 연결되어 있으며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고 목표를 달성한다. 결국 감정을 잘 조절해야 현실도 바꿀 수 있다.


보통 우리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감정적'이 되지 말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일이 감정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으며 감정을 잘 인식하고 정의하고 조절함으로서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성장하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스스로 물어야 한다.


지금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은? 그것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떤 경험으로 지금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이 감정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가?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때에는 집중상태를 끌어올려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무드 미터의 4분면(쾌활한, 동기부여된, 유쾌한 등)의 감정 상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 우선 '잘하고 있다'를 반복하며 깊게 심호흡을 한다. 신나고 좋은 노래를 듣는다거나 좋은 글을 읽는다. 감정을 집중에 필요한 상태로 끌어올린 후에 그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물론 비판적인 글을 쓰거나 회사일을 세심하게 해야 하는 상황에는 차분하고 조금은 어두운 음악을 들어야 할 것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최선의 감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쉬운 이야기이지만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조절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 표현을 지지해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것이다. 내 아내가 나에게 감정적 지지를 통해 버팀목이 되어주듯이 나 또한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최근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모든 곳에 불공정으로 인한 분노가 빈틈없이 가득차고 터져나가는 것같다. 개인이 바뀌면 조직이 바뀌고 사회가 바뀔 수 있다. 분노의 원인을 찾아서 불공정함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서로의 감정을 원활하게 조절할 수 있는 감성 능력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나는 나부터 시작하여 주변이 좋은 감성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차고 지금의 분노 사회가 감정 사회로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이 나에게 매우 중요한 책이 된 이유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삶이 고난과 역경 없이 평탄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다. 우리는 삶이 건강한 관계와 열정, 목적의식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바람이다. p.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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