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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May 04. 2021

괴짜가 가르쳐 준 자녀교육 철학

이광형 교수의 총장 취임사에서 자녀교육 철학을 배우다.

내 인생에서 몇 가지 실수를 꼽을 수 있는데 그중 1번으로 꼽는 것이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내 머리가 이과형 머리가 아니라는 것을 수능을 치고서야 깨달았다. 이해도 안 되는 수 2와 물리 2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문과로 재수를 했다. 사실 그게 다 드라마 카이스트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 인생의 최고 드라마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미국 드라마는 웨스트윙, 한국 드라마는 카이스트라고 말한다. 두 드라마는 어떤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삶과 가치관을 놓고 펼쳐지는 고민과 성찰 그리고 최선의 선택을 위한 노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나에게 매주 일요일 저녁은 월요일로 넘어가는 괴로움과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함께 몰려오는 시간이었다. 나는 힘겨웠던 사춘기 시절에 이 드라마를 통해 알 수 없는 위안을 얻었다. 그들의 고민을 내가 겪는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고민하면서 주어진 길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주인공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드라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과를 선택한 나는 결국 재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카이스트는 나에게 애증(?)의 드라마다.(출처 : SBS)


그 드라마에서 학교 전산망을 해킹해서 자신의 컴퓨터를 뚫어보라는 괴상한 대회를 열던 박기훈 교수의 모델이 바로 이번에 카이스트 총장이 된 이광형 교수이다.


이광형 교수는 카이스트 벤처의 대부, 괴짜 교수, 국내 미래학의 대가로 불리는 인물로 바이오와 정보통신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학과를 만들었으며, 제자들의 장점에 집중하는 교육으로 김정주 넥슨 회장과 같은 인재들을 육성해왔다.


이광형 총장 취임식(출처 : 충청투데이)


그런 이광형 교수가 카이스트 총장 취임식에서 발표한 QAIST 전략이 너무 인상 깊어서 정리를 해봤다.


     Question(꿈이 큰 인재) : 우리 학생들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한다. 공부하는 시간 10%를 빼고 대신 인성과 리더십을 가르치겠다. 디지털 인문학부와 미술관을 만들겠다. 책을 읽고 토론하게 하겠다. 교수님들이 어떤 수업이든지 본인에게 감명 깊은 책 1권씩을 학생들과 나누게 하겠다. 학생들은 그러면 최소 5개 수업에서 5권을 읽게 된다. 실패연구소를 만들어서 실패를 성공으로 해석하고 도전하게 만들겠다.

     Advanced Research(연구) : 다들 AI에 꽂혀있을 때 포스트 AI시대를 준비하겠다. AI가 일상화된 세상을 전제로 그 이후를 준비하겠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제시하게 하겠다.

     Internationalization(국제화) : 외국인 교수, 외국인 학생, 여성 교수를 확보하겠다. 교수님들께 1 랩 1 외국인을 권장하겠다.

     Start up(기술사업화) : 기술사업화는 재정자립화에 중요하다. 창업지원제도를 재설계하고 부작용이 나도록 지원하겠다. 교수님들께 1 랩 1 벤처를 권유하겠다. 기술사업부서를 민영화하여 인센티브를 주고 실적을 내도록 하겠다. 그 돈으로 외국인 교수를 과감하게 유치하고 장비도 과감하게 사겠다.

     Trust(신뢰) : 실력, 인성, 봉사활동 모두 뛰어나도록 하겠다. 랩에서 1년에 하루는 봉사활동을 꼭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마무리 : 저 밤하늘에 독특한 빛깔로 빛나는 카이스트가 되게 하겠다. 삼성도, 하이닉스도, BTS, 봉준호 모두 했는데 왜 우리가 1위가 못되겠느냐. 친구와 경쟁하지 말고 나만의 빛깔을 찾아라.


이광형 총장의 QAIST 전략(출처 : 지디넷코리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이광형 총장의 메세지는 자녀를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가 공부만 하도록 강요하지 말고 인문학, 예술과 친밀할 수 있도록 한다.(이광형 총장은 인터뷰에서 카이스트에서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이 영재교육을 받은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현재의 대세를 넘어 그 다음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상상하며 아이의 배움을 고민한다.(예를 들어 최근 코딩이 대세라고 아이를 코딩학원에 일단 넣어놓고 보는 것은 아이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다.)

다양한 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하여 더 넓은 세상을 스스로 알고 깨우치게 한다.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시키기 보다는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깨달아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게 돕는다.

세상을 향한 봉사의 자세를 가르치고 그것이 실천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준다.

친구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성찰할 수 있도록 돕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 적용해보았지만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다양한 경험의 필요성, 동기부여와 같은 내용은 개인의 성장과 조직문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드라마 카이스트를 집필한 송지나 작가는 축사에서 이광형 총장이 있었기에 드라마 카이스트가 가능했다며 이광형 총장을 '알뜰하게 뽑아먹으면'  카이스트는 더 좋은 대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와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한 때 카이스트를 꿈꿨던 사람으로서 내 인생의 첫 번째 실수에 간접 기여하신(?) 이광형 총장님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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