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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Apr 27. 2021

손씻기가 이웃을 살릴 수 있다면

나를 위한 손씻기가 이웃을 위한 일이 되는 이유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었다지만 중증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여전히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의학 기술이 발전해서 중증 질환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나 약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치료효과가 좋은 만큼 많은 비용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에 사용이 허가된 '킴리아주'라는 항암제가 있다. 환자에게서 체취 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다음 다시 환자 몸에 투입하는 방식의 항암제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적합하지 않거나 이전의 치료가 실패한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번의 투여로 획기적인 효능을 볼 수 있다고 하여 '원샷 항암제'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이 약의 가격은 약 5억 원이다.


킴리아주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치료제다(출처 : 한겨레)


심지어 최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노바티스와 승인 계약한 '졸겐스마'라는 약은 1회분이 28억 원이다. 이 약은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로 몸에 직접 척수성근위축증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를 채워주는 유전자 대체 치료제이다. 신기하게도 1회 투여만으로도 산소 호흡기 없이 호흡이 가능해지고 스스로 활동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신기한 효능만큼 가격도 신기할 따름이다.


졸겐스마는 그 효능만큼 가격도 놀라운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이다.(출처 : 매일경제)


우리나라에 곧 도입될 예정인 중입자 치료기는 꿈의 암치료기로 불린다. 보통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방사선이 정상세포에도 타격을 주기 때문에 상당한 부작용이 있는데 중입자 가속기는 암세포에만 최대 방사선량으로 타격을 가해서 정상 조직에 가해지는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가 훨씬 크다고 한다. 그러나 아마 그 치료비용이 만만치 않다. 듣기로는 일본에서 이 치료를 한번 받는데 1억이 들어간다고 들었다.


이렇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획기적인 약이나 기술들은 많은 비용이 투자되고 그만큼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모든 난치성 질환을 지원해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척수성근위축증 환자가 연간 17명 정도의 환자가 나온다고 하는데 만약 이 약을 우리나라에서 도입하여 그 모든 환자에게 급여 혜택으로 치료가 가능하게 한다고 했을 때 본인 부담률을 대충 30% 정도로 가정해도 330억 정도가 보험 재정에서 지출되어야 한다. 거기에 나머지 30%는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는 1인당 약 8.5억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참고로 국립중앙의료원 운영비가 2020년 기준 1년에 400억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곳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300억을 가지고 한 곳에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면 17명의 척수성근위축증 환자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선택하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타당하다. 하지만 돈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 상식을 넘어서는 선택과 노력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질병의 희생자가 나 또는 나의 가족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주장하는 것은 곧 나와 나의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갑작스러운 일로 경제적인 능력이 상실된 상황에서 큰 질병에 걸리지 말라는 법이 절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건보 재정을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건보 재정의 건전성을 고민하는 것은 내가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다.


그러면 큰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간단하게도 개인위생에만 충실하는 것만으로도 이웃들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놀랍게도 작년 건보 적자는 예상치인 2조 7천억보다 훨씬 낮은 3500억 원을 기록했다. 이것은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손씻기와 같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게 되면서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감염성 질환을 앓는 환자가 대폭 감소한 영향이 크다고 한다. 2020년의 호흡기 질환 환자는 2019년과 대비하여 약 50%가 감소했다고 한다.(물론 정부의 건보 재정 지원도 늘어난 것도 있고 다양한 원인이 있긴 하다.)


손 씻기만 잘해도 당신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출처 : 보건복지부)


실제로 동네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는 코로나 19로 인해 역설적으로 환자가 줄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나만 해도 목감기는 연중행사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코로나 19로 마스크를 잘 쓰고 손을 수시로 씻게 되면서 작년에 감기를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다. 우리 동네 소아청소년과 병원들은 매년 겨울이면 감기가 심해져 폐렴으로 입원하는 아이들로 북적거렸는데 아마 작년에는 입원실이 많이 비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호흡기 환자가 줄어도 건보가 흑자가 난 것도 아니고 보장성이 점점 강화될수록 적자 폭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건보 적자를 줄이는 것은 일단 정부의 몫으로 남겨두자. 어쨌든 내가 개인위생을 잘 지켜서 감기만 예방해도 더 큰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내가 건강을 잘 지키면 나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화장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손 씻기가 누군가를 지키는 거룩하고 숭고한 행위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참고기사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4/22/2021042200996.html?form=MY01SV&OCID=MY01SV

http://m.medicaltimes.com/News/1136185

https://www.medical-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95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1/03/09/TQKUCGBMPJAAJEB4X4WDPJP6W4/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5370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2/15/20210215028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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