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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May 10. 2021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

마네의 '온실에서' 생각해보는 부부의 세계

마네의 온실에서(Manet's "In The Conservatory")


이 그림은 1870년 마네가 살롱전에 출품한 작품이며 그림 속의 주인공은 기유메 부인과 그 남편이라고 한다.(부인은 개인 사업으로 꽤 돈을 많이 번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림 속의 두 사람은 정녕 진짜 부부인지 혼란스럽다. 그림 안의 인물들의 상호작용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은 시가를 들고 다른 생각에 빠진 듯하고 아내는 촛점없는 눈빛으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그림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이것은 하나의 세계에서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기로 했던 부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전히 함께 있지만 결국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인가. 서로가 서로의 속마음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뜨거웠던 열정의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서로 궁금할 것도 없어서 각자의 세계에서 딴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화가가 초상화를 그려준다는 것은 지금으로 치면 사진을 찍어주는 것과 비슷한 의미니까 혹시 부부가 너무 긴장해서 몸도 눈빛도 굳어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그림은 여성의 흰 얼굴과 손등, 싱싱한 초록색 등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프로이센 의회에서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을 본 사람의 수만큼 그림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어쨌든 이 그림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부부간의 관계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사랑과 우정과 애정과 증오가 오묘하게 뒤섞여 있는 부부의 세계, 그것은 서로만이 알고 있는 애매하고 모호한 것이 아닐까.


이 그림은 GOOGLE ART & CULTURE 사이트에서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데 그림에 대한 제목은 "There's No Way Of Telling"이다.(https://artsandculture.google.com/story/there-s-no-way-of-telling/UgIiEQX_zNc1LQ?hl=ko)


아무도 모른다. 정말로 두 사람에게 서로에 대한 애정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건지, 아니면 포즈를 다 취하고 난 뒤 서로 수고했다며 등을 토탁이면서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갔을지도. 다정하게 돌아가는 모습 뒤로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부부라는 것은 정말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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