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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May 13. 2021

뇌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던 것이다.

테오 컴퍼놀의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뇌과학’ 감상문

나의 뇌는 무슨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주경야독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을 때가 있었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이가 어리다보니 생활의 우선순위가 아이에게 맞춰져 있었고 아이를 재운 이후의 시간이 나의 공부 시간이 되었다. 회사 퇴근, 육아 퇴근 후 공부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왔다. 아이를 재우고 졸린 눈을 비비며 석사 논문을 썼고, 데이터 분석을 공부하기도 하고, 웹개발을 따라해보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새벽 한 시가 넘어 잠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리 속에 남는 것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머리에 넣는 것은 많은데 인사이트가 왜 생기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더 열심히 자투리 시간도 쪼개서 공부하려 노력했다. 업무 중에 이동하는 시간에는 최근 트렌드를 정리해놓은 사이트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나름 공부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넣었다고 생각한 지식들을 꺼내려고 하면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머릿 속에서 정리가 잘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은 더 조급해졌고, 나는 내 머리가 나쁜건가 걱정했다.


그렇다고 내가 양심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알고보니 나의 뇌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드는 뇌과학’, 이 책은 네덜란드의 의사인 테오 컴퍼놀이 쓴 책으로 본인이 저술한 '브레인 체인'의 분량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느낀 저자가 그 책을 요약 정리하여 출간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창의력을 높이고 성과를 내기 위해 이해해야 하는 뇌의 원리와 제대로 된 활용법을 설명한다.


1. 이 책에서는 행동이나 태도를 결정하는 뇌는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은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반사용뇌, 깊은 사고를 하는 생각하는 뇌, 입력된 정보를 저장하는 뇌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뇌는 절대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으며 ICT에 커넥티드 된 상태는 인간의 깊은 사고, 창의성 향상, 성과 창출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2. 저자는 생각하는 뇌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 조건으로 '브레인 체인'을 설명한다. 브레인 체인은 커넥티드 상태, 멀티태스킹, 부정적 스트레스, 개방형 사무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속적으로 온라인에 접속된 상태에서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하고, 적정 수준을 넘어간 스트레스를 받으며 온갖 방해를 밪는 사무환경에서 일을 하는 것은 깊은 사고와 성찰을 가로 막고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3. 이것을 끊어내기 위해 저자는 최소 하루 2차례 45분씩 커넥티드 상태를 차단하고, 비슷한 일을 한꺼번에 모아 한번에 처리하고(일을 이리저리 전환하지 말라는 것) 업무간에는 휴식시간을 부여하며, 스트레스의 균형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고 조언한다.


4. 나는 반사용뇌와 커넥티드 상태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인상깊었다. 행동을 결정하는 세 가지 뇌 중 반사용뇌는 반복 습득, 즉각적인 반응의 역할을 하는 뇌인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치 못하고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고 하다보면 반응용뇌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생각하는 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5. 커넥티드 상태에 집착하는 것은 자극적인 것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중독상태이며, 멀티태스킹을 강요하고 생각하는 뇌를 방해하여 깊은 생각을 통한 사려깊은 선택을 하지 못하고 개인과 조직이 당장에 선택하기 쉬운 즉흥적인 결정을 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옳지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초연결이 직장인에게 주는 가장 큰 해악은 숙고, 정독, 대화, 토론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지속적 커넥티드 상태는 심사숙고에 필요한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소소한 결정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된다. 그렇게 되면 반사용 뇌에 중요한 결정을 의존하게 되고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


"담당자들의 주머니에는 항상 스마트폰이라는 이동 가능 현장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를 가차없이 꺼 버리지 않는 한 포괄적인 헬리콥터 시야가 확보될 수 없다."


“직장인으로서의 성공은 정보를 소비하는 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지적으로 생산하고 창조하는 방식에 달려있다.”

 

우리 뇌의 구조와 원리를 잘 이해할 수록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출처 : yes24 카드뉴스)


불안할수록 스마트폰을 끄자

우리는 스마트폰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적절하고 의도가 있는 사용은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에서 소외될까봐, 경쟁에서 뒤쳐질까봐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이렇게 커넥티드 상태를 지속하다보면 반사용뇌만을 사용하게 되는데 반사용뇌는 자극적인 것을 더욱 요구하게 되면서 할 것이 없는 데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열어보게 된다.


저자는 IT 기업들은 자극적인 것을 계속 쫒으려는 반사용뇌의 원리를 이용하여 중독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리를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분노를 자아내는,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정보들이 우리에게 강요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초연결이 더욱 심화될 수록 우리는 그것을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자극적인 정보를 쫓으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스마트폰에서 보았던 것들이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커넥티드 상태를 지속하는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그들이 가상세계를 선택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가상세계가 그들을 선택해 불러들이는 것이다.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지만 100퍼센트 완전한 존재라고 볼 수 없다."


나는 나의 뇌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안해서 뇌에게 쉴 시간을 주지 않고 정보를 끊임없이 주입하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면서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면서 스마트폰을 손에 붙이고 살면서 나의 뇌에게 왜 정보들을 소화하고 기억하지 못하냐고 따졌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불안할 수록 더욱 스마트폰을 끄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뒤쳐질까봐 걱정이 될 수록 4만톤의 컴퓨터에 맞먹는 나의 뇌를 믿어야 하는 것이다.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을 때리기도 하면서 나의 뇌에게 휴식과 정리의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이미 입력되어 있는 정보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한 인사이트를 도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인간 자체가 반사용 뇌에 의존하게 설계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거스를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창의성을 최대화 시키고 더 좋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뒤쳐지는 것이 두려워 적절한 휴식도 없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치 못했다.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 독이 되고 있는 줄 모르고 말이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나의 뇌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를 끊임없이 꾸겨 넣는 것은 나의 뇌를 위한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나의 뇌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만큼 휴식하며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정말 정말 정말 좋은 책이다.(정말이라는 말을 3번이나 썼다. 정말 진지하게 추천한다.) 올해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최고의 책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행동을 변화시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주장과 내용이 쉽고 명확하기 때문이다. 쉽고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면서 인간의 행동까지 변화시킨다면 그 책은 최고의 책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해야 한다면 나는 무조건 이 책을 선물할 것이다. ICT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초연결은 훨씬 심화 될 것인데 이 책은 그 속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뇌를 활용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중요한 계명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 부터 적절한 주경야독을 실천하기로 했다. 공부라는 것도 평생을 해야하는 일이니까 마음의 여유를 두고 조금씩 내 머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까지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꼭 11시에는 잠에 들기로 마음먹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최대한 멀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이 문장이 마지막 문장이니까 다 읽으셨다면 바로 스마트폰을 끄고 휴식을 취하시면 어떨까.


용기를 내어 나의 뇌에게 멍을 허락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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