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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Jun 10. 2021

복잡한 세상이지만 진리는 단순하다.

류시화, 신이 쉼표를 찍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사람들은 왜 절대적인 진리를 찾으려 하는 것일까. 인생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죽을때까지 선택을 무한 반복해야 한다. 진리는 인간이 선택하는데 있어 믿을만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산넘고 물건너 진리를 가르쳐줄 스승을 찾아 헤매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의 우리는 손만 까딱하면 진리에 대한 주장을 접할 수 있다. 블로그, SNS, 유튜브 등 여기저기에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은지에 대한 주장이 넘쳐난다. 누군가는 철학으로, 누군가는 사회학으로, 누구는 과학기술을 근거로 진리를 제시하고 당신의 선택에 도움을 주겠다며 손을 내민다.


그러나 복잡한 세상만큼 수많은 주장이 넘쳐나고 우리는 그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린다. 누구는 오른쪽, 누구는 왼쪽을 가르키는 손가락을 보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다보면 무엇이 진리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인 건지 알 수 없어 괴로운 마음에 생각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생긴다. 그냥 되는대로 살자 하면서.


이럴 때에는 복잡한 철학이나 이론보다 단순하고 누가봐도 타당한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린아이가 접해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이고 타당한 진리를 지침으로 삼아 선택을 해나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류시화 시인의 인도 우화와 이야기를 모은 이 책이 너무나 반가웠다. 물론 류시화 시인의 인도에 대한 시각은 오리엔탈리즘적이라는 비판적인 평가도 있지만 각각의 스토리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단순하지만 묵직한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잘 짜여진 목차와 체계적인 논리로 설득하는 책보다 이런 단순한 책에 더 마음이 가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책의 감상을 인상 깊었던 구절을 공유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타인을 의식하지 말라.

『판차탄트라』에 실린 이야기이다. 한 남자가 시장에서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사서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근처 숲길을 지날 때 세 명의 동네 건달이 그 염소를 빼앗기로 모의했다. 나무 뒤에서 기다리던 건달 한 명이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하시오. 그런데 왜 개를 어깨에 메고 가시오?” 남자가 말했다. “이건 개가 아니고 염소요. 보면 모르오?” 건달이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개를 염소라고 속아서 샀군.” 다른 나무 밑에서 기다리던 두 번째 건달도 남자에게 같은 말을 했다. “안녕하시오. 예쁜 강아지를 어깨에 메고 가시는군요.” 남자가 말했다. “이건 개가 아니고 염소란 말이오.” 두 번째 건달도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어리석게도 개를 염소라고 속아서 산 게 틀림없군.” 숲 끄트머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 번째 건달이 말했다. “어디서 강아지를 구했길래 개를 어깨에 메고 가시오?” 계속 똑같은 말을 듣자 남자의 믿음이 크게 흔들렸다. 결국 그는 자신이 어깨에 메고 있는 염소를 개라 여기고 길에 버리고 달아났다. 그리하여 염소는 건달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자신의 판단력을 믿지 않고 남의 조언에 흔들려 자신이 가진 것을 잃는 사람에 대한 우화이다.
힌디어에 ‘킬레가 또 데켕게’라는 격언이 있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라는 뜻이다.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타인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증명하면 된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므로.


지금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의미를 부여하라.

어떤 특별한 장소에서, 혹은 어떤 성스러운 도시에서 생을 마쳐야만 카르마를 정화하고 천국에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덜어 주고 힘들어하는 한 영혼을 달래 줄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특별한 장소이고 구원의 장소일 것이다.
"특정한 주제에 알맞는 예화를 찾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이야기나 일화를 발견하면 그것을 마음속에 잘 보관해 둔다. 그러면 머지않아 그것에 어울리는 주제가 나타난다." 우리가 삶에서 발견하는 의미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의미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작가는 어느 특정한 곳에 있는 소재가 아니라 모든 것과 모든 만남 속에서 글의 주제를 발견하는 사람이듯이. 당신 또한 완벽하게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과녁에 적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완전하게 만들어 줄 선물을 기다리는 대신 삶이 주는 모든 것에서 선물을 발견하고 긍정의 동그라미를 치는 것, 그것이 자신을 완전한 자아로 만들어 나가는 길이다. 매 순간 자기만의 과녁을 그려 나가는 어린 소년 처럼.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라.

어떤 것을 바라볼 때는 다만 바라보라. 어떤 것을 들을 때는 다만 들으라. 어떤 것을 감각할 때는 다만 감각하고, 인식할 때는 다만 인식하라. 그것들에 나의 마음을 개입시키지 않으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의 마음을 개입시키지 않는 것이 바로 괴로움의 끝이고, 자유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볼 때는 오직 바라봄만이 있어야 한다. 들을 때는 오직 들음만이 있어야 한다. 감각할 때는 오직 감각만이 있어야 하고, 인식할 때는 오직 인식함만이 있어야 한다


옳은 일이라면 즉시 실행하라.

인간의 마음은 변덕스럽고 일관되기 어렵다. 주어진 환경에서도 처음의 판단과 나중의 생각이 다르다. 옳은 길이고 올바른 계획이라면 즉시 따라야 하고 행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마음의 다른 요인과 의심들이 고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어리석은 자와 불필요한 논쟁을 하지 말라.

“물론 나도 풀이 초록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리석은 자와 논쟁을 벌였기 때문에 너를 벌한 것이다. 논쟁이 논쟁다워지려면 적어도 자신보다 지식과 지혜가 높은 자와 토론해야 한다. 어리석은 자와 무의미하게 논쟁함으로써 너는 소중한 시간과 기운을 낭비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것이 네가 벌을 받는 진짜 이유이다.”


그리고 나를 위한 한 구절을 남겨둔다.

내가 날지 않으면 어느 날 삶이 강제로라도 날게 할 것이다. 내가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려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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