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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Mar 10. 2022

회사를 10년 다녀보니(5)

열정이 가득한 삽질을, 반 고흐처럼

요즘 인공지능 관련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그냥 '해보고 싶어서'였다.


90년대 퍼스널 컴퓨터의 활용이 활발해 질 무렵(윈도우 3.1 사용법을 배우러 학원에 다녔다면 믿으려나..) 나는 컴퓨터 학원에 다녔다. 나는 어머니가 학원에 보내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가 보내달라고 먼저 말을 했다고 한다. 거기서 배웠던 잡기들이 지금 먹고사는데 나름 큰 도움이 되었다. (이공계가 이렇게 뜰 줄 알았다면 컴공과를 갈걸 그랬나..)


몇 년전 알파고를 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진부한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이었다.) 갑자기 머신러닝에 관심이 생긴 나는 머신러닝을 배우기 위해 매주 강남까지 쫒아간 적도 있었고, 재작년과 작년에는 매년 정부 기관에서 진행하는 머신러닝, 딥러닝 온라인 강의를 이수했다.


문제는 응용이 안된다는 거였다. 머신러닝, 딥러닝이 뭔지는 알겠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 동안 쫒아다니면서 들은 강의에서는 만들어진 강의자료를 따라하는 정도였다. 각 기법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실습을 해왔기 때문에 실습 자체 내용은 알겠어도 실제 활용으로 연결이 안되는게 문제였다. 회귀, 분류 뭐 대충 뭔지는 알겠는데, 타이타닉 사망자 추측 이런거야 대충 따라가보겠는데, 실제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데 거기까지 연결이 잘 안되는 건 이면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런 생각이 타고 타고 가다보니 결국 수학을 공부해야 하겠더라 싶었다. 마침 KMOOC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본 수학 수업이 있어서 신청해서 수강하게 되었다. 이과였음에도 불구하고 벡터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선형대수학이 뭔지도 몰랐는데 이참에 고등학생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다.


이걸 공부한다고 당장의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대학원 시절 서비스디자인이나 디자인씽킹에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공부도 했고, 논문도 그 주제로 썼지만 실제로 써먹질 못했다.(관련 부서로 가고 싶었으나..) 또 배우다가 금방 때려칠 수도 있겠지. 이걸 내가 지금 왜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를 하는데 이유가 꼭 있어야 하나. 이전부터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게 있으면 나중에 하다가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어쨌든 일단 해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해있겠지. 반 고흐처럼. 그저 열정만 유지하면 된다. 그게 삽질이더라도.


“그림을 그릴 때 그의 미적 열정은 이 분야에서 저 분야로 오락가락했다. 하루는 사실적인 인물화를 그리는 사람만이 진정한 화가라고 생각했다가, 자신의 인물 그림이 너무 형편없자 다음 날에는 풍경화를 그리는 사람만이 진정한 화가라고 여겼다. 어느 날은 사실주의에 몰두하다가, 다음 날에는 순수 표현주의에 빠졌다. 이번주에는 미술이 신앙심을 알리는 매체라고 보았다가, 다음 주에는 그런 생각이 순수 창작을 방해한다고 여겼다. 어느 해에는 모든 진정한 미술은 검은색과 회색으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확신했다가, 다음 해에는 생생한 색채가 화가의 진정한 보석이라고 판단했다. 매번 그는 자신의 생각에 진정으로 푹 빠졌다가, 금방 빠져나오곤 했다.”(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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