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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Mar 21. 2022

회사를 10년 다녀보니(6)

2주만의 출근 단상

2주 만에 회사에 출근했다. 이제는 걸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은 코로나 덕분이다.


코로나는 정말 정밀타격하는 미사일 처럼 우리 가족을 공격해왔다. 처음 첫째가 코로나에 확진된 이후 나는 감염을 각오하고 아이를 돌봤다. 그래도 어떻게든 감염을 피해보려 식사를 따로하고 화장실을 따로썼지만 그 중간에 둘째를 데리고 친정으로 대피했던 아내가 확진이 되어 집으로 들어왔고, 결국 나까지 5일만에 확진이 되었다.(결국 장인, 장모님까지 확진이 되셨다.)


우리 가족의 목표는 태어난지 두 달도 되지 않은 둘째를 지키는 것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생활을 했고 둘째 아이가 생활하는 방에 들어갈때마다 온몸에 에탄올 샤워를 하고 손 소독제로 손을 코팅하다시피 했다. 하늘이 도운건지, 운이 좋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둘째는 코로나를 피해갔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운이 좋았다. 나와 아내, 첫째 모두 첫째날 약한 감기 증상만 있었을 뿐, 몸이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백신이 효과가 있었던 건지, O형은 코로나에 덜 걸린다고 하던데 혈액형 덕분인건지 모르겠지만 크게 아프지 않고 그 말도 많은 코로나가 지나간건 감사한 일이다. 누구는 몸이 찢기는 아픔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둘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온 집안 식구가 사투를 벌이는 2주간 세상에서는 여러 일이 벌어졌다.  나는 승진을 위한 1차 시험에 탈락했고,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으며, 동기들은 승진 면접을 보았다고 한다. 동기들이 부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승진 면접을 보는 날 격리해제가 된 나는 열심히 스크린 골프를 쳤다. 속상해도 골프 치는 순간에는 신이 나더라. 


격리된 동안 장신기님의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책(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를 읽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된 직후 당선자 신분으로 외환 위기에 빠진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돌아오는 단기 외채 상환을 유예하고 IMF와의 협상을 통해 구제금융을 받아냈으며 강도높은 구조 조정과 개혁을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당선자가 매일 새벽마다 외환 잔고를 확인했다는 이헌재의 증언을 보면서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그가 있었기에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정치권이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였고, 그의 개혁 의지와 유능함을 믿었기에 금융권에서도 단기 외채 상환을 유예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IMF총재가 김대중이 대통령인걸 한국은 축복으로 알아야 한다고 했을까. 지금과 뭔가 비교되어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을 받았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를 통틀어 김대중은 수십년간 현실과 책을 통해 쌓아온 천재적인 지적 능력이 있었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해나가는 유능함까지 가지고 있었다. 김대중은 세상을 내편과 니편으로 구분짓지 않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평안하였으며, 문제의식과 현실감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모든 정치인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정치를 꼽던데 모든 정치인들이 김대중으로 눈으로 정치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그가 살아있다면 어떤 조언을 우리에게 건넸을지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코로나의 휴유증인지 몸이 전반적으로 피곤해서 원래 일어나던 시간보다 한두시간을 더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려고 하니 몸이 너무 피곤했다. 그래도 어쨌든 자리에 앉아 일을 한다. 찰스 핸디는 본인이 경험한 행복을 “할 일이 있고 사랑할 사람이 있고, 기대할 것이 있는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래. 2주간 세상은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지만 나는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맞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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