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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Apr 28. 2022

닉네임 스페셜제너럴리스트의 비밀

데이비드 엡스타인,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멘케스 증후군은 희귀 유전 질환으로 구리를 흡수하지 못해 발생한다. 이로 인한 발육 지연 및 퇴행성 신경장애가 주 증상이다. 아들 하오양이 멘케스 증후군으로 진단되었으나 확실한 치료제는 없었며 구리 히스티딘 성분을 투약해야 하는데 중국에서는 구할수도 없고 코로나로 더욱 상황이 악화되었다. 이에 아버지 쉬웨이는 집을 실험실로 개조해서 치료약을 직접 만들고자 했고 600편에 달하는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연구 6주만에 치료약을 완성했고, 치료시작 2주만에 아들 병세는 호전되었다. 그러나 쉬웨이는 제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https://m.segye.com/view/20211129516199)
사실 약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되기 위해서는 생물학과, 생물공학과, 미생물학과, 생명과학과, 생명공학과, 유전공학과, 바이오생명과, 농업생명과학과, 의학과, 약학과, 화학공학과 등 관련 학과를 전공해야 한다. 학사 졸업만으로 연구 업무를 수행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이에 대한 석사학위가 있어야 한다.(https://v.vivasam.com/contents/create/job/job_100.html)


이 책은 이른 시간에 전문영역을 정하고 몰두하는 조기 교육, 조기 전문화에 대해 지적한다. 오히려 더 나은 세상과 성과를 만드는데 일조했던 사람들은 다양한 영역에 대한 열린 마음과 관심, 유추적 사고를 가지고 영역의 경계에서 지식을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을 저자는 ‘연쇄혁신가’등으로 표현한다. 저자가 전문가 집단보다 ‘연쇄혁신가’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상호연결되어 있고 매우 복잡하며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악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기존의 반복학습을 통해 축적된 문제 해결 방식으로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악한 세계에서는 전문성보다 다양한 지식을 학습하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악한 분야에서는 게임의 규칙이 불분명하거나 불완전할 때가 많으며, 반복되는 패턴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아예 있는지조차 명백하지 않을 때도 있고 피드백이 늦어지거나 부정확하거나 양쪽 다일 때도 많다.”(p.40)
“오늘날에는 이 분야에서 얻은 지식을 저 분야에 적용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새로운 상황과 다른 분야에 지식을 응용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p.72)
”모호함의 높은 포용력, 시스템적 사고, 주변분야로부터의 추가 기술 지식, 기존에 있던 것의 전용, 유추를 써서 발명과정에 유용한 입력을 얻는데 능숙함, 동떨어진 단편적인 정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는 능력, 다양한 출처에서 나온 정보들을 종합, 아이디어들 사이를 훨훨 넘나드는 듯함, 폭넓은 관심사, 다른 기술자들보다 더 많이 읽고 관심의 폭이 더 넓음, 다수의 영역에 걸쳐서 의미 있게 배울 필요성, 연쇄 혁신가는 자기 분야 바깥의 기술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필요도 있다.”(p.299)


나는 어린 시절 합창단에서의 다양한 공연을 하며 무대를 기획하고 만드는 공연 연출가나 방송 PD를 꿈꿨다. 그러다 다양한 세상의 이치를 알고 싶어 사학을 전공으로 선택했고 신문방송학을 부전공 하면서 갑자기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경영학까지 부전공했다. 콘텐츠와 관련된 공공기관에서 근무를 하다가 여러 사정으로 지금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헬스케어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디자인경영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석사로 선택했다.


최근에는 습득속도는 느리지만 틈틈히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공부하기도 한다.(공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좀 부끄러운 수준이다.) 어릴 때는 갑자기 어머니께 컴퓨터학원을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컴퓨터 학원에서 배웠던 여러 기술들이 지금 먹고사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앞으로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이 먹고사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서 아주 조금씩 공부를 하고 있다.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요즘은 골프에 관심이 생겼다.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도 조금 다룰 줄 알고, 영상편집도 기본적인 것들은 할 수 있다.


한때는 특정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떤 한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이도저도 아니게 살아온 나의 삶이 후회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한 영역을 선택한다는 것이 그닥 내키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 오지랖 넓게 관심이 많았다. 그 덕분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도 대화가 통했다. 나는 그런 내가 또 그리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이렇게 보면 나의 삶에는 일관성도 방향성도 없는 것 같아보인다. 너무 넓고 얉게 관심이 있고, 어설프게 할 줄 아는 것만 잔뜩이다. 하지만 이런 삶을 계속 살고 싶긴 하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있는 내가 싫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느낀건데 그래도 이 덕분에 남들보다는 문제를 빨리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에 접근했을 때 문제가 무엇인지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해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나는 여전히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시도하는 것이 즐겁고 거리낌이 없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삶의 현장에서 일을 해나가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나는 왜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이리저리 탐험하고 학습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을까? 나는 어릴 적 경험했던 합창단에서의 경험이 그 기원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중학교 초반까지 약 6년간 경험했던 합창단 시절에는 성가, 가곡, 팝, 가요 등 다양한 분야의 노래를 접하고 부를 수 있었다. 또한 Back stage부터 Front stage까지 공연이 준비되고 보여지는 과정을 통해 공연이라는 최종 목표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상황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게 만들어주고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적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나의 유추적 사고를 키우는데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빠르게 올라왔다가 빠르게 식는 편이다. 그릿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끈기가 없는 형편없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릴 적 뜬금없이 배웠던 컴퓨터를 활용하는 능력이 지금 먹고사는데 큰 도움을 주었듯이, 많은 경험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받아들여 소화할 수록 앞으로의 더 긴 인생의 여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나에게는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아직 내가 지금의 삶의 방식을 지속해도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더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싶고 시도해보고 싶다.


저자의 주장은 최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와도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스타트업들은 빠르게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안되는 것들은 빨리 정리를 해 나가면서 성과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엉덩이가 무거운 대기업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이 책을 조직에 적용해보자면 직원들에게도 주니어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과정을 제공하고 자신에게 맞는 업무를 찾을 수 있는 ‘샘플링 기간’을 줄 수 있다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탈률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중세 때 유럽에 출현한 길드 체계는 장인들과 상인들이 전문적인 기술과 상업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었다. 비록 그런 길드는 오랜 도제 생활을 통해서 자기 분야의 기술을 완벽하게 갈고닦은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을 배출하곤 했지만, 보수주의를 부추기고 혁신을 억누르는 역할도 했다.”(p.388)


지금의 전문가 시스템은 중세 길드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자격으로 해자를 쌓고 그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시스템으로 보호받으며 인정을 받는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에 몰두하다 교조적인 사고로 인해 객관성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의 역할과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영역이 세분화되면서 해당 분야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지식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것은 아들을 위해 논문을 독파하고 약을 만들어낸 쉬메이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나는 길드들의 경계에서 관찰하고 학습하며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았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닉네임을 스페셜제너럴리스트라고 부른다.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면 우리 모두는 제너럴리스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 열린 마음, 유추적 사고, 행동하는 용기가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스페셜제너럴리스트이다. 스페셜제너럴리스트들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기회를 포착하고 지식들을 결합하여 사악한 세계에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제너럴하지만 스페셜한 사람들이다.


사악한 세계에서는 새로운 문제들을 기존의 방식으로 풀려고 하는 시도들이 통하지 않는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잘 연결해내는 사람들이 사악한 세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다양한 지식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있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경험을 시도해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스페셜제너럴리스트가 될 기회가 주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조직에서도 스페셜리스트보다 스페셜제너럴리스트들을 더 많이 키워낼수록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믿는다.


스페셜제너럴리스트라는 색다른 길을 걸으려고 노력하는 나와 우리에게 저자가 보내는 당부를 함께 나누고 싶다.   


”아무도 가지 않은 곳으로 간다는 것은 사악한 문제다. 따라갈 잘 정의된 공식도 완벽한 피드백 체계도 없다.”(p.403)
”뒤처진다고 느끼지 마라.”(p.405)
“더 젊은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오늘의 자신을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라. 사람은 저마다 발전 속도가 다르다. 그러니 누군가를 보면서 자신이 뒤처져 있다는 느낌을 받지 말기를. (...) 대신에 허미니아 아이바라가 진취적으로 직무 적합도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제시했듯이 실험을 계획하기 시작하라. 자기 나름의 금요일 밤 실험이나 토요일 아침 실험을 하라. (...) 기꺼이 배우고 수정하고, 필요하다는 마음이 들면 이전의 계획을 포기하고 완전히 방향을 바꾸기도 하라.” (p.405)


너무 다양한 경험들을 조금씩 경험해보는 것이 오락가락 하는 것만 같고, 인생의 낭비이지 않을까 싶은 사람들에게 앞서 간 인생 선배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다.


“그림을 그릴 때 그의 미적 열정은 이 분야에서 저 분야로 오락가락했다. 하루는 사실적인 인물화를 그리는 사람만이 진정한 화가라고 생각했다가, 자신의 인물 그림이 너무 형편없자 다음 날에는 풍경화를 그리는 사람만이 진정한 화가라고 여겼다. 어느 날은 사실주의에 몰두하다가, 다음 날에는 순수 표현주의에 빠졌다. 이번주에는 미술이 신앙심을 알리는 매체라고 보았다가, 다음 주에는 그런 생각이 순수 창작을 방해한다고 여겼다. 어느 해에는 모든 진정한 미술은 검은색과 회색으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확신했다가, 다음 해에는 생생한 색채가 화가의 진정한 보석이라고 판단했다. 매번 그는 자신의 생각에 진정으로 푹 빠졌다가, 금방 빠져나오곤 했다.”(p.181)


그는 바로 고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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