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게 참 무섭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가끔 와이프가 소속된 병원 앞으로 차를 몰고 가야 할 때가 있는데 나도 모르게 주차장으로 차를 몰 때가 있다. 입력은 병원 앞으로로 들어왔지만 몸이 알아서 주차장으로 핸들을 꺾는 것이다.
어제 또 한번 습관이 무섭다는 걸 느꼈다. 지난 주말부터 인후통이 너무 심했다. 환절기에는 종종 인후통을 앓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랐다. 보통 인후통은 열이 동반되는데 열은 나지 않았다. 대신 모든 증상이 목으로 집중됐다. 목이 찢어지는 통증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지어 목에 불이 난 줄 알았다.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로 목이 아팠다.
월요일에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받았다. 아침, 점심, 저녁약이 모두 같았다. 빠지지 않고 먹었는데 차도가 없었다. 어제 다시 약을 다른 병원에서 처방 받았다. 점심을 먹고 아무 생각없이 약봉지를 뜯어 약을 먹었다. 잠시 후 미친 듯이 졸리기 시작했다. 잠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몸이 이상하게 나른해지고 가라앉기 시작했다.
졸음을 참고 있는데 책상에 뜯어놓은 약봉지가 보였다. 거기에는 '저녁 식후'라고 적혀있었다. 느낌이 쌔했다. 약봉투를 다 꺼내서 보니 아침, 점심, 저녁 약이 모두 달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약 목록이 적혀있는 종이 봉투에는 저녁 약에 '알러지'약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약에 대한 설명 맨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졸릴 수 있어요'
손톱보다도 작은 약을 먹었는데 저녁까지 몸이 쳐졌다. 운전을 하고 집에 온 게 기적일 정도였다. 아무 생각없이 습관처럼 아무 약봉지나 뜯어 먹은게 잘못이었다. 습관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이겨내지 못하면 이렇게 낭패를 겪기 마련이라는 걸 배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