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놓은 자의 변명 아닌 변명

초심

by 겟츠비S

첫마음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학교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 『행복한동행』 2007년 1월호 중에서


정말 오랜만에 펜을 들어 글을 쓰고 있다. 지난번 글이 4월이었으니까 거의 4개월 만에 쓰는 것이다. 사실 나는 브런치 작가 3 수생이다. 3수 만에 눈물겨운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열심히 글을 쓰겠다는 의욕이 넘쳤다. '한국현대시의이해'라는 교양과목을 들으며 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시를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시를 소개하고 같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시를 알려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시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잘 모른다는 사실 뿐이었고 더 완벽한 글, 더 좋은 설명에 욕심을 내다보니 기존에 발행했던 글도 지웠고 글 쓰려는 의욕도 잃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펜을 놓은 자의 변명 아닌 변명이다. 이제 앞으로는 욕심내지 않고 시를 읽고 마음을 나누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어린이대공원역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던 중 벽에 붙어있던 '첫마음'이라는 시를 보게 되었다. 시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첫마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2013년 9월 8일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떨림의 날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기적 같은 일! 그 일이 일어났고 그녀와 함께 할 미래를 생각하며 행복에 젖어있었다.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며 처음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손에 내 마음과 정신이 떨림으로 가득 찼고 이 떨림은 온전히 나만히 누릴 수 있는 축복이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오늘 처음으로 잡은 너의 손의 떨림과 행복을 항상 생각하며 너를 만날게."

지금도 느껴지는 그 날의 첫마음은 안타깝지만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여러분의 가장 기억에 남는 '첫마음'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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