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기다림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즐거운 편지』(2003.10).7
예전부터 내가 꿈꾸던 로망 중에 하나는 연인과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시를 주고 받는 것이다. 옛날에 문학시간을 떠올리면 옛날 사람들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표현으로 서로의 마음을 시로 지어 주고 받았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본 적이 없으니 나도 참 독특하다고 해야할까?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라는 시는 아마 중학교 교과서에서 처음 본 것 같다. 중학교 때의 나는 사랑에 '사'자도 알리 없는 철부지 였음이 틀림없지만 나는 이 진실된 사랑의 시를 좋아하였다.
첫 연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생각과 많이 닮아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합니다.
"제가 하는 이 보잘 것 없는 기도가 그 사람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힘이 먼지만큼 부족할 때 그 때 혹시라도 제 힘이 필요하다면 조금이라도 도와주세요." (공지영 「높고 푸른 사다리」 참조)
어쩌면 진정한 사랑은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힘이 될 수 있는 사소한 일의 모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