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는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세월호 1주기 정호승 시인의 추모시
올바르게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 대학생인 내가 세월호 사건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을 쓰는 일이고 소수라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과 함께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고 싶었다. 오늘은 어느 때보다 무겁고 슬픈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써보려고 한다.
아는 동생과 1월 말에 '삼풍백화점'이라는 연극을 보러 가게 되었다. 공연소개 포스터에는 이러한 글이 실려 있었다. 많은 사고가 있었고, 그로 인한 애달픈 죽음이 있다. 잊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가슴속 깊이 새겨진 기억이지만, 대부분은 쉽게 잊고 만다. '기억'한다는 것은 '망각'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있어야 할 존재'들이 사라진 기억과 망각의 자리에서 우리의 책임과 몫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어느 자리에 놓여져 있는지, 마음과 마음 사이의 거리에 대해 묻는다. 오늘, 우리가 놓여져 있는 '기억의 자리'는 어디일까.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연극을 보고 난 후 버스에서 우리는 삼풍백화점과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우리의 책임과 몫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시위를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오늘 본 연극처럼 예술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이 사건을 잊어버리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 사건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대를 잊지 않는 것이 우리가 최소한 해야 할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간다."는 슬픈 말이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말이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시간이 흐르는 일은 슬픈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2014.4.16 이후로 "세월이 간다"라는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 또 다른 크나큰 슬픔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월이 간다"라는 말이 세월이 흘러가서 "세월(호 사건)이 (잊혀져) 간다."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꽃이 질 때쯤이면 내 마음은 아플 것이고 "세월이 간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또다시 아플 것이다. 그대를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몫이니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