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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Nov 27. 2020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SF의 매력

이경희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구픽, 2020)

SF가 문학계의 대세임을 실감하게 하는 책입니다. 굳이 출판계의 마케팅 전략 운운하고 싶지는 않군요. 좋은 책, 그것도 문학이 많이 읽히는 건 어찌 됐건 환영할 일이니까요. 사십 중반에 뒤늦게(?) SF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그 출발점은 김보영 작가와의 만남이었죠. 물론 지금도 SF를 잘 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그때 김보영 작가에게 건넨 질문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히 식상한 것들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가령, 전공자도 아닌데 집필에 필요한 과학 지식은 어떻게 흡수하셨나요? 아, 부끄럽다.     



SF 소설을 쓰는 작가이면서 SF라는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섭렵한 진정한 ‘덕후’의 책입니다. 초보 독자들뿐 아니라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겨냥한 입문서죠. 시종일관 솔직하고 신랄하기 이를 데 없는 문장들이 글 읽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SF를 향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개념 설명에 상당한 공을 들였더군요. 그 어마어마한 독서량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죠. 저자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선 안 돼. 그러자면 너무 많은 책을 읽어야 해. 그 많은 책을 어떻게 다 읽지? 휴. 읽어야 할 책은 많고, 마음은 늘 안절부절하며, 시간은 쪼개고 쪼개도 모자라기만 합니다. 이럴 거면 책을 읽는 게 아니었어. 흑.     


SF에 관심이 있거나, 관심이 생기려는 분들에게 즐거운 입문서가 돼줄 겁니다. 책 자체로 읽는 재미도 있고요. 이경희 작가의 작품도 물론 읽어봐야겠죠. 정확하진 않아도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한국 작품은 김초엽의 소설 <관내분실>, 해외 작품은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가 아닐까 합니다. 정말 세상엔 읽을거리가 너무나 많습니다. ㅠㅠ. 책 읽은 기념으로 본문에서 한 구절 옮겨놓습니다.     


“픽션은 이야기이고, 이야기의 본질은 즐거움이다.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와 쾌락 없이 무엇 때문에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단 말인가? 그럴 거면 논문을 읽는 게 낫지.”     


저는 사실 논문이 꽤 재미나던데… (쿨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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