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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Jan 04. 2021

2020년 독서 프로젝트 결산

2020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은 119권이다. 1월 1일 장정일의 《이스트를 넣은 빵》에서 시작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권으로 마쳤다.      



새해 초 김탁환 소설 《불멸의 이순신》(전 8권)을 독파했다. 김탁환 전작 읽기는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과 《뱅크》와 《눈먼 시계공》까지 해서 어느 정도 이뤘다고 자부한다. 남은 소설들은 시간과 인연이 닿을 때마다 차분하게 읽어볼 생각이다.     


SF와 다시 가까워졌다. 2월 초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를 필두로 김영하의 《작별인사》, 배명훈의 《타워》, 《근방에 히어로가 많사오니》, 《이웃집 슈퍼 히어로》, 김탁환․정재승의 《눈먼 시계공》, 《SF는 인류종말에 반대합니다》, 듀나의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 이경희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김보영의 《멀리 가는 이야기》를 읽었다. 특히 배명훈에 매료됐다. 《안녕, 인공존재!》에 실린 배명훈의 단편을 강력 추천한다.     



차무진과 오수완의 소설을 만난 것은 올해 가장 큰 수확이었다. 3월 차무진의 《인 더 백》을 읽은 것을 계기로 《김유신의 머리일까》, 《해인》, 《모크샤 혹은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까지 차무진의 소설을 전작했고, 오수완의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에 이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를 찾아 읽었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작가들의 농익은 기량을 감상하는 기쁨이 컸다.     


밑천을 다지는 독서에도 공을 들였다. 조선 후기 대표 야담집인 《청구야담》과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이어 성대중의 《청성잡기》와 그 발췌판 《궁궐 밖의 역사》를 구해 읽었다. 마르티나 도이힐러의 역저 《조상의 눈 아래에서》에서 의성김씨 문중의 족보 이야기를 따로 떼어 쓴 기사는 공전의 반응을 불렀다. 의성김씨 문중에서 여러 반응이 왔다. 고마운 일이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결국은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감동은 달라진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 그 흥분에 잠시 소설을 써볼까도 생각했다가 이내 그만뒀다. 얼마나 다행인가.     



《화랑세기》와 박제가의 《북학의》, 강항의 《간양록》, 《흥부전》과 《흥보만보록》, 황현의 《매천야록》, 국립진주박물관의 《쇄미록》을 읽었다. 상당수는 임진왜란 관련 기록물이다. 한 권 한 권이 앞으로의 공부에 피가 되고 살이 되어줄 것이다.     


내가 뽑은 2020년의 책은 《난처한 미술이야기》(전 6권)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전 20권)이다. 방대한 분량의 실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사람은 없고, 심지어 조선사 연구자라도 해도 그런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을 것이다. 연구자도 아닌 만화가가 실록을 통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한데, 하물며 그 내용 또한 간단하지 않다는 점. 어차피 실록을 찾아 읽을 것이 아니라면, 이 전집만큼은 반드시 한 번은 읽어보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책은 한국 만화의 수준과 품격을 한껏 올려놓은 불후의 명작으로 남을 것이다. 


    

양정무 교수의 난처한 시리즈를 읽으면서 마침내 우리도 우리 식으로 제대로 소화한 서양미술사를 읽을 수 있게 되었음에 깊이 감사했다. 얼마나 이런 미술사를 기다려왔던가. 개념과 기본에 충실한 내용, 더없이 친절하고 풍부한 도판까지 나무랄 데 없는 최고의 미술 입문서로 기억될 만하다. 역시 미술에 관심은 있는데 선뜻 다가서기가 꺼려지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지난해 아쉬웠던 것은 《겐지 이야기》를 마저 읽지 못한 일이다. 새해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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