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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Dec 27. 2020

책벌레가 탄생시킨 놀랍고도 매혹적인 이야기

오수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뿔, 2010)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라는 매혹적인 소설 덕분에 찾아 읽은 오수완 작가의 장편 데뷔작.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이란 훈장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웅진출판의 문학에디션 ‘뿔’이란 이름으로 정확히 10년 전에 출간됐다. 저 장편문학상도, 저 ‘뿔’이란 임프린트도 지금은 사라졌을 것이나, 소설은 살아남아 내게 들어왔다.     


20년 넘게 소설을 적었다는(작가는 ‘쓴다’가 아닌 ‘적는다’는 표현을 썼다.) 작가가 40대에 상을 받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데뷔작이 된 장편. 오랜 준비와 집필 기간이 말해주듯 시종일관 치밀하기 이를 데 없는 구성으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책 뒤에 붙은 <안내서들에 대하여>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좋은 작가는 무엇보다 우선 좋은 독자라는 것을. 게다가 길건 짧건 가독성이 대단히 높은 문장들은 이 작가의 오랜 문장 수련 과정을 짐작게 한다.     


책 사냥꾼의 정체는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명쾌하게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다만, 이야기가 파국으로 한창 치달을 무렵, 우리의 주인공 ‘반디’와 마주친 노인의 질문에서 작가가 어떤 존재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적었는지 알 수 있다. 대번에 조신선이라는 저 유명한 조선의 책쾌를 떠올리게 하는 질문.     


“책쾌이신가?”     


책에 관한 이토록 매혹적인 이야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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