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뿔, 2010)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라는 매혹적인 소설 덕분에 찾아 읽은 오수완 작가의 장편 데뷔작.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이란 훈장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웅진출판의 문학에디션 ‘뿔’이란 이름으로 정확히 10년 전에 출간됐다. 저 장편문학상도, 저 ‘뿔’이란 임프린트도 지금은 사라졌을 것이나, 소설은 살아남아 내게 들어왔다.
20년 넘게 소설을 적었다는(작가는 ‘쓴다’가 아닌 ‘적는다’는 표현을 썼다.) 작가가 40대에 상을 받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데뷔작이 된 장편. 오랜 준비와 집필 기간이 말해주듯 시종일관 치밀하기 이를 데 없는 구성으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책 뒤에 붙은 <안내서들에 대하여>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좋은 작가는 무엇보다 우선 좋은 독자라는 것을. 게다가 길건 짧건 가독성이 대단히 높은 문장들은 이 작가의 오랜 문장 수련 과정을 짐작게 한다.
책 사냥꾼의 정체는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명쾌하게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다만, 이야기가 파국으로 한창 치달을 무렵, 우리의 주인공 ‘반디’와 마주친 노인의 질문에서 작가가 어떤 존재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적었는지 알 수 있다. 대번에 조신선이라는 저 유명한 조선의 책쾌를 떠올리게 하는 질문.
책에 관한 이토록 매혹적인 이야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