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석 Mar 23. 2021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김영민 《공부란 무엇인가》(어크로스, 2020)

   

이 책의 잠재적 독자는 대학 신입생입니다. 하지만 공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할만합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책에 수록된 풍부한 도판 때문이죠. 독서하는 인간을 그린 그림이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 있으니까요. 더구나 이제껏 본 적 없는 그림들이 꽤 많습니다. 도판을 보기 위해 책을 읽었달까요.     


주로 제가 고개를 끄덕인 부분들은 책의 전반부입니다. 특히 무용한 것처럼 보이는 공부를 설명한 대목에는 전적으로 공감을 보냅니다. 저 역시 문화와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온 탓에 더 그렇습니다. 공감의 문장들을 옮겨옵니다.     


알고 보면공부 역시 맥주 마시는 일 못지않게 쾌락적인 일이다일정 궤도에 오르고 나면 공부하는 순간순간이 쾌락이니적극적이 되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특히 목적 없는 배움이야말로 즐거운 법. (중략그런데 심오한 공부일수록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고된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훈련을 마치기 전에 공부를 포기하면공부가 주는 쾌락을 충분히 누릴 수 없다.     


저는 틈날 때마다 지인들에게 말해줍니다. 책을 읽으라고. 결국,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책을 읽은 기억뿐일 거라고. 그러므로 책만한 스승은 어디에도 없다고. 프랑스의 비평가 에밀 파게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독서의 적은 인생 그 자체다삶은 질투와 경쟁으로 뒤흔들리고우리를 독서를 통한 자기 성찰에서 멀어지게 한다.”     


     

스위스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알베르트 앵커(Albert Anker, 1831~1910)는 책 읽는 사람들을 많이 그렸습니다. 가만히 두 손 모으고 앉은 할아버지를 위해 손자가 책을 읽어드리고 있군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책이 할아버지와 손자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이 그림은 보여줍니다.

작가의 이전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어느 기생의 초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