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석 Jan 25. 2022

아브라함 이전에 길가메쉬가 있었다

김산해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휴머니스트, 2021)


리처드 오벤든의 <책을 불태우다>에서 가지 쳐 읽었습니다. 다만 사정이 있어서 먼저 읽은 책보다 앞서 독서의 흔적을 남깁니다.     


성서주의자에게, 많은 기독교인에게 이 책의 존재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길가메쉬 서사시는 믿음의 조상으로 불리는 아브라함은 ‘인류 최초의 영웅’이자 실존 인물이었던 길가메쉬가 왕이 된 이후로도 무려 700여 년이 지난 뒤에 태어났기 때문이죠.     


태초에는 황금시대를 지배했던 ‘최초의 신화’의 주인공들인 수메르 신들이 있었고, ‘최초의 국가’를 건설하고 다스렸던 수메르 왕들이 있었다! 그런 뒤에 ‘최초의 셈족 국가’ 악카드가 셈족 문명을 일으켰다. (중략) 진정한 ‘최초의 영웅’은 실존 인물이었던 우루크의 왕 길가메쉬였다!     


여기서 우루크가 오늘날 이라크라는 국가 이름이 됐음을 이 책은 알려줍니다. 국내에 무척이나 희귀한 수메르 전문가인 저자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수메르어와 악카드어로 쓰인 점토서판 원문을 자기 힘으로 모두 해독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히 귀한 성과가 아닐 수 없죠. 흔히 길가메시라고 읽고 써온 최초의 영웅을 ‘길가메쉬’라고 하는 것이 더 옳다는 저자의 지적은 그래서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그 옛날 인류의 조상들이 남긴 수수께끼 같은 기록이 후대에 해독되어 신들과 인간의 시대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우리가 몰랐던 이런 사실들을 알아가려면 책을 읽어야겠죠. 문장도 좋고, 책의 구성도 훌륭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림 그리는 승려의 단 하나뿐인 자화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