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석 Jan 29. 2022

책이라는 성지를 순례하는 이들에게

리처드 오벤든 <책을 불태우다>(책과함께, 2022)


책이라는 성지를 순례하는 이들에게 ‘책에 관한 책’은 피해갈 수 없는 유혹입니다.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까요. 이 책 역시 그런 면에서 제목부터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더군요. 더군다나 저자는 세계 최고의 도서관으로 꼽히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보들리 도서관 관장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이 다루는 파괴와 보존이 역사가 서양에 한정돼 있다는 점. 옮긴이도 말했듯이 진시황의 분서갱유처럼 기록할 만한 사례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거친 번역이 계속해서 눈에 거슬립니다. 읽는 내내 거부감이 들더군요. 좀더 매끄럽게 문장을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안타까움을 줍니다.     


서론에 나오는 토머스 제퍼슨의 저 유명한 사례는 가장 음미할 만한 대목입니다.     


토머스 제퍼슨은 1813년에 쓴 유명한 편지에서 지식의 확산을 한 양초가 다른 양초로부터 불을 얻어 밝히는 일에 비유했다. 제퍼슨은 이렇게 썼다.     


“나에게서 어떤 생각을 얻는 사람은 내 생각을 덜어내서 가르침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양초를 내 양초에 대어 불을 붙이는 사람은 내것을 어둡게 하고 불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나치가 공개적으로 거행한 책 화형식을 놓고는 시인 하이네가 남긴 기억할 만한 문구가 있습니다. 아래 인용하는 대목은 제가 지금 읽는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페이퍼로드, 2021)에 자세히 소개돼 있어서 그걸 옮겨놓습니다. 독일 베벨 플라츠에는 저 악명높은 분서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한 명판이 있습니다. 하이네의 희곡 <알만조르 Almansor>에 나오는 유명한 격언이라죠.     


“이것은 서막일 뿐이다. 책을 태우는 사람들은 결국에는 사람을 불태우게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브라함 이전에 길가메쉬가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