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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Feb 13. 2022

꼭꼭 숨은 개인 소장 유물을 만나는 일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3>(눌와, 2013)

2013년 제3권이 출간된 이후로 어떤 이유에서인지 4권 출간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벌써 10년이 다 돼가죠. 한 사람의 시각으로 정리한 미술사가 미완성으로 끝나는 건 퍽 아쉬운 일입니다. 시기야 어찌 됐건 완결편이 될 4권의 출간을 기대하고 또 기다립니다.     


제3권에서 비로소 조선 회화사를 전공한 저자의 장기가 드러납니다. 자신감 있는 서술 방식은 말할 것도 없고, 어디서도 보기 힘든 개인 소장 문화재를 도판으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전문가가 대중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죠.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 있는 이 그림은 이미 널리 소개된 16세기 그림 <한림제설도>입니다. 화가는 양송당이란 호를 가진 분인데, 저자는 이름을 김지(金禔)라고 적었고, 대부분은 김시라고 적고 부릅니다. 지금은 ‘양송당 김시’가 일반화된 호칭이죠. 아무튼 저자는 “조선 시대 회화사에서 작품 이름과 누구를 위해 그렸다는 것까지를 화폭 위에 명확히 기록한 최초의 작품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보고 적어둡니다.     



조선 시대 회화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옷을 입고 등장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전까지는 화가들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첫째 중국의 화본을 보고 그림을 배웠고, 둘째 실제 풍경이 아닌 이상적인 세계를 화폭에 담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산수인물화 속 사람들이 중국 옷을 입은 것이 하등 이상하지 않았겠죠. 그래서 그림 속 인물에게 조선의 옷을 입혔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확 바뀌었음을 의미합니다.     


조선 후기 풍속화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화가인 관아재 조영석의 <설중방우도>가 그런 업적을 쌓은 작품입니다. 개인 소장품으로, 책의 212쪽에 도판이 실렸습니다. 저자는 “조선 미술사에서 조선의 선비가 이처럼 정확하게 표현된 것은 이 그림이 처음이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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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화가 단원 김홍도에 관한 내용은 이 책이 나온 이후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여기에 간단하게 정리해 놓습니다.      


김홍도의 아호인 서호(西湖)는 대체 어디인가. 저자는 “서호라는 호를 보아 마포 서강 근처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며”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전기작가 이충렬 씨가 2019년에 김홍도 전기 <천년의 화가 김홍도>(메디치)에서 여러 기록을 근거로 서호를 김홍도가 어릴 때 살았던 경기 안산 성포리로 비정했습니다.     

한 가지 더. 저자는 “졸년은 명확하지 않다. 기년이 들어 있는 유작을 보면 환갑인 1805년까지는 분명히 생존해 있었으며 여러 정황으로 보아 1806년(순조 6) 62세에 타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적었습니다. 이충렬 작가도 남은 기록을 근거로 김홍도가 1806년 정월 무렵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부분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합니다.     



책에서 개인 소장품으로 소개한 추가 김정희의 저 유명한 <세한도>는 이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되었습니다. 소장자였던 아버지 손세기 선생의 대를 이은 손창근 선생이 국가에 이 귀한 국보를 국가에 기증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주신 그 마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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