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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Feb 10. 2022

직접 본 문화재와 그렇지 않은 문화재

유홍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2>(눌와, 2012)

제2권은 통일신라와 고려의 미술을 다룹니다. 이 책에는 유독 제 기억에 오래도록 남은 유물들이 많더군요. 미술품은 모름지기 두 눈으로 직접 봐야 합니다. 그것이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다면 금상첨화. 비록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하더라도, 박물관처럼 쾌적한 곳에 안전하게 잘 모셔져 있다면 그것 또한 좋습니다.     


     


철로 만든 이 부처님은 몇 해 전 우연히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난 뒤로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보고 옵니다. 처음 만난 순간,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불상은 말이 없는 법이지만, 불상 앞에 가만히 서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사진으로 보아선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책에는 ‘우리나라 철불의 명작’으로 소개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갈 때마다 오며 가며 숱하게 본 석탑입니다. 아시다시피 석탑은 불교 문화재입니다. 따라서 궁궐 안에 있을 이유가 없죠. 석탑이 경복궁 안에 있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는 뜻입니다. 책에 소개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보겠습니다.     


“지광국사탑은 1912년에 일본 오사카로 밀반출되었다가 1915년에 반환되어 경복궁 뜰에 세워 두었고, 한국전쟁 때 직격탄을 맞아 산산조각 난 것을 1975년에 다시 복원하였다. 용산으로 이전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야외전시장에 설치하려고 했으나 부서질 위험이 있어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 두어 현재 경복궁 안 국립고궁박물관 뜰에 있다.”     


그 이후에 탑을 해체해서 전면적인 수리 보수를 하고 있습니다. 끝나면 원래 있던 자리인 원주 법천사 터로 갑니다. 책에는 ‘우리나라 단일 석조물 중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론이 없다.’고 소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일까. 제자리를 찾은 뒤에 직접 가서 보면 더없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부처님을 직접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저는 정말 운 좋게도 남북 관계가 한창 좋아지던 2007년 금강산 내금강 시범관광단에 끼어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딱 묘길상까지 올라가서 이 마애불을 두 눈으로 직접 목도했습니다. 아, 그러나 그때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사진 한 장 못 남긴 것이 얼마나 애석한지 모릅니다.     


우리나라 마애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하죠. 묘길상(妙吉祥)이라 불리는 까닭은 바위에 새겨진 글자 때문인데, 책의 설명을 보면 묘길상은 문수보살의 별칭이고 이 자리에 묘길상을 모신 암자가 있었기에 조선 정조 때 강원도관찰사 윤사국(尹師國)이란 분이 ‘묘길상’이란 글자를 새겼다고 하네요. 그게 그대로 불상 이름이 돼버린 거죠. 정식 명칭은 ‘금강산 묘길상 암자터 마애아미타여래좌상’이랍니다. 살아 생전에 다시 볼 수 있을는지.     


     


저는 이 조각상을 보는 순간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하는 유물이죠.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그것도 목조 불상이, 이렇듯 온전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전해진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이목구비는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듯 생생하니, 바로 눈앞에서 그 얼굴을 보면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대고려> 특별전에서 이 보물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언제 이걸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또 하나, 책에 보물 999호로 소개된 이 유물은 2020년 10월 국보로 승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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