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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Feb 27. 2022

일본의 프리즘에서 벗어나 인도를 보다

강희정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1>

두 권으로 출간된 난처한 시리즈의 동양미술 편입니다. 1편은 인도, 2편은 중국을 다룹니다. 양정무 교수의 난처한 시리즈를 읽어봤다면, 이 책 역시 충분히 신뢰해도 좋습니다. 동양, 즉 아시아 미술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을 마치는 대목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금까지 인도를 일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이해했어요. 하지만 이제 그 프리즘 밖으로 나올 때입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지 77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일본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술(美術)이란 용어부터가 그렇죠. 그걸 나쁘게만 보자는 것도, 그런 용어를 죄다 버리자는 뜻도 아닙니다. 무엇이 일본의 시각인지 정확하게 알고 봐야 한다는 얘기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시각으로 본 어엿한 동양미술 입문서가 이제껏 없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자그마치 77년입니다.     

이 책은 정확하게 인도 역사의 뿌리부터 불교가 동아시아로 전파된 시점까지를 다룹니다. 저는 이런 방식에 일단 동의합니다. 인도미술사를 그 태동부터 오늘날까지 샅샅이 들여다보는 일은 버겁기도 하거니와 큰 의미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교과서적인 설명 방식을 버리고 인도미술을 중요한 열쇳말 중심으로 풀어간 것은 더없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더욱이 이 책이 입문서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인도미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 저는 아마도 이 이미지가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기원전 2100년에서 175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느 제사장 왕(Priest King)의 흉상. 물론 처음엔 이 모습이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가슴 위로만 남은 돌 조각.     


     


인더스 문명의 두 핵심 지역인 하라파와 모헨조다로 가운데 후자에서 발견된 조각상이라고 하는군요. 지금은 파키스탄 카라치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인더스 문명 조각 중 유일하게 옷을 입은 조각이라 합니다. 표정이 워낙 인상적이라 따로 기록해 둡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인도미술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탑(塔, pagoda)의 원류가 된 ‘스투파’의 존재입니다. 저자가 본문에도 몇 차례 인용했지만, 신라 승려 혜초가 천축국, 그러니까 오늘날의 인도 땅을 순례하면서 남긴 기록인 <왕오천축국전>에 보면 실제로 스투파를 본 기록이 여럿 남아 있죠. 구시나국 편에는 이런 내용이 보입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곳에 탑을 세웠는데 한 선사(禪師)가 그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있다해마다 팔월 초파일이 되면 남승과 여승도인과 속인들이 그곳에 모여 크게 공양 행사를 치르곤 한다탑 상공에는 깃발이 휘날리는데하도 많이 그 수를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뭇사람들이 함께 그것을 우러러보니이날을 맞아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키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혜초가 본 것이 바로 스투파였습니다. 스투파는 원래 무덤이나 납골당처럼 유골을 안치했던 건축물이었다가, 불교가 널리 퍼진 뒤론 석가모니의 무덤만을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 그럼 그 안에는 석가모니의 무엇을 모셨을까. 답은 사리입니다. 우리나라의 탑도 불탑(佛塔)이라 하여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시는 장치였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스투파 옆에 서 있었다는 커다란 돌기둥이었습니다. 혜초는 구시나국 다음으로 피라날사국에 가서 아쇼가 왕의 석주를 직접 보게 됩니다. 까마득하게 먼 옛날 그걸 직접 목격한 한반도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석주(石柱위에 사자가 있다그 석주는 대단히 커서 다섯 아름이나 되지만 무늬는 섬세하다탑을 세울 때 그 석주도 함께 만들었다.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이후 500여 년 동안 사람들은 석가모니를 어떤 형태로든 형상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성한 존재의 모습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리거나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던 거죠.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석가모니의 형상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죠. 2세기에 제작된 거로 비정된 쿠샨왕조의 군주 카니슈카 왕의 시대에 만든 금화와 사리장치에 새겨진 석가모니의 모습이죠.     



이제 2권 중국 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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