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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Mar 14. 2022

왜 빨강은 파랑만큼 매혹적이지 못한가?

미셸 파스투로 <빨강의 역사>(미술문화, 2020)


<파랑의 역사>의 저자가 쓴 또 다른 색채 역사서. 빨강은 그 역사만 놓고 보면 가장 긴 전통을 자랑하는 색이죠. 하지만 지금은 “너 무슨 색 좋아해?”라는 물음에 선뜻 “빨강!”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개인적으로 <파랑의 역사>를 워낙 흥미롭게 읽은 터라, 당연히 그만한 기대를 품고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빨강은 제게 그다지 매혹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가장 많이 인용한 책은 플리니우스의 <박물지>. 중세에선 크레티엥 드 트루아의 <성배 이야기>를 비롯해 여러 텍스트가 인용됐는데, <성배 이야기>는 다행히도 2009년에 을유문화사에서 우리말로 처음 옮긴 <그라알 이야기>라는 번역본이 나와 있습니다. 궁금하면 읽어야겠죠.     



그리스 로마 조각은 본디 하양이 아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자는 그리스인들이 선명하고 대비되는 색을 좋아했다고 말합니다. 특히 석재에서의 다색 채색은 늘 강렬했다면서요. 그래서 바티칸 미술관에서 2004년에 전시한 아우구스투스 조각상 복제품은 그리스인들이 단순히 형상에만 집착한 것은 아니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저를 사로잡은 단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서기 160년경 고대 이집트의 장의용 초상 속 여인의 얼굴. 두 눈동자가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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