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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Mar 26. 2022

시대의 비극에 내던져진 스무 살 조선인의 젊은 날

최양현‧최영우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효형출판, 2022)


나라를 빼앗긴 백성이 겪어야 했던 비극. 친일과 반일의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곤란한 시대를 산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삶의 단면. 1923년에 이 땅에 태어난 조선인 최영우. 그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젊은이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일본은 갖은 구실을 들어 식민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노역장으로 끌고 가죠.     


집안에 남자 형제가 여럿이면 더 큰 환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누구 한 명은 무거운 짐을 저야 했던 상황. 장남이 아니었던 최영우는 작은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가문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 일본군 군속 모집에 자원합니다. 군속의 역할은 일본군이 사로잡은 연합군 포로 감시원. 훈련을 받은 뒤 배를 타고, 또 열차를 타고, 머나먼 나라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으로 향한 최영우의 객지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이 책은 이 간단치 않은 이야기의 주인공 최영우의 외손자가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일기와 기록을 모아 오래 연구하고 가다듬어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입니다. 꽃다운 20대의 5년 동안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경험을 해야 했던 최영우는 일본이 패망한 뒤 일본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전범 용의자로 수용소에 갇혀 가슴 떨리는 나날들을 보냅니다. 어떤 이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최영우는 가까스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집을 떠난 지 꼭 5년만이었죠.     


이 땅의 수많은 최영우를 잊지 않으려는 한 후손의 갸륵한 마음이 담긴 책입니다. 저자는 외할아버지의 한 시절을 옹호하거나 변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죠.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비극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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