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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Dec 05. 2023

젊은 컬렉터들의 수장고에는 어떤 미술품이?

[석기자미술관]②서울옥션 온라인 기획 경매 <컬렉터의 방>


미술기자를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양껏 전시회를 보러 다닐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 역설의 이유는 선택과 집중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져 들어오는 전시회를 모두 취재할 수는 없는 노릇. 그중에서 취할 것을 고르고 나면 나머지는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실제로 나는 문화부에 없었을 때 더 많은 전시회를 보러 다녔다.     


대표적으로 놓쳐야 했던 것이 경매 출품작 전시다. 경매 프리뷰는 지금 시장에서 어떤 작품들이 거래되는지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심지어 무료다. 무턱대고 시장을 불신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경매는 양지에서 비교적 투명하고 공정하게 미술품을 사고파는 장이다. 이 시장이 건강하게 제 기능을 해야 한국미술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서울옥션의 이번 경매는 3040 영 컬렉터의 수장고에서 꺼내온 작품 50점을 선보이는 <컬렉터스 룸(Collector’s Room)>, 그리고 마찬가지로 3040 컬렉터들이 소장한 국내외 작품 40점을 선보이는 <프라이빗세일(Private Sale, PS)>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된다. 출품작은 서울옥션 강남센터 3층과 지하 1층 두 곳에서 전시되고 있다.     


장승택 <Layered Painting G 40-16>(2021)


심문섭 <The Presentation>(2017)


고상우 <Black Pearls>(2020)


국내 작가로는 심문섭, 이배, 장승택, 남춘모, 김근태 등 연배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이세현, 고상우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도 더러 보인다. 기성 작가들의 작품도 비교적 근래에 제작된 신작 위주로 내놓은 것이 특징이다. 시장에 발을 들인지 얼마 안 된 젊은 컬렉터들의 작품이니 그렇겠다.     


윤협 <Sound of Friday #14>(2023)


이예린 <봉오리(Flower Bud)>(2022)


영리 <Painting in a Flood>(2022)


이미 알려진 작가보다는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더 눈여겨본다. 그중에서도 윤협(b.1982)을 주목해서 봤다. 출품작은 도시의 야경을 선명한 그래픽 이미지로 치환해 상쾌한 느낌을 준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우리가 흔히 ‘만화’로 인식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꽤 이름을 얻은 옥승철 등이 대표적이다. 이 분야에선 워낙 유명한 해외 작가도 많으니, 굳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필요는 없다.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므로. 다만 작가의 개성이 어떤 면에서 잘 드러나는지를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수안자야 캔컷 <Thinking about the Time>(2021) <Another Mickey #1(A Thousand Stars Series>(2022)


제임스 진 <Peel>(2014)


블릭 <Smiley Stressball Humand>(2022)


피카 레온 <Breakfast Tea>(2022)


락사마나 료 <MOUZLAX>(2022)


로비 드위 안토노 <Murni Pure>(2020) <Mata Pisau Blade>(2020)


이번 프리뷰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제3세계를 포함한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아트페어 같은 대형 이벤트가 아니면 이런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기가 어렵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와 타이완, 필리핀 작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수안자야 캔컷(Suanjaya Kencut, 1994-), 피카 레온(Fika Leon, 1985-), 락사나마 료(Laksamana Ryo, 1993-), 로비 드위 안토노(Roby Dwi Antono, 1990-) 등 인도네시아 작가들의 작품에 개성이 넘친다. 이 작품들은 가격대도 제법 높게 형성돼 있다.     


타파즈와 테가 <Untitled>(2022)


삼손 바카레 <Rhapsody of the Hue Man>(2022)


고조 마르포 <Fortutude>(2021)


타니아 말모레호 <The Discovery in the Garden>(2022)


스튜디오 렌카 <American Bird>(2022)


네이선 패디슨 <Rr Ewe Siri Us, Rr Far Kin Unique Corn>(2022)


조르디 커윅 <YOTT 11> 


라이언 휴잇 <The Pursuit>(2022)


아프리카와 중남미, 호주 작가들의 작품은 특유의 향토색을 잘 보여준다. 짐바브웨의 타파즈와 테가(Tafadzwa Tega, 1985-), 나이지리아의 삼손 바카레(Samson Bakare, 1993-), 가나 출신의 고조 마르포(Kojo Marfo, 1980-), 도미니카의 타니아 말모레호(Tania Marmolejo, 1975-), 엘살바도르 태생의 스튜디오 렌카(Studio Lenca, 1986-), 호주의 네이선 패디슨(Nathan Paddison, 1983-)와 조르디 커윅(Jordy Kerwick, 1982-) 등이다.      


그런가 하면 남아공 작가 라이언 휴잇(Ryan Hewett, 1979-)의 작품은 그것들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보여줘 흥미롭다.     


에르컷 텔렉시즈 <Untitled>(2022)


니얼 캠벨 스트라찬 <Adventuring>(2022)


후안 드 라 리카 <Pedro Navaja>(2021)


호세 레르마 <Mari>(2022)


유럽에서는 터키의 에르컷 텔렉시즈(Erkut Terliksiz, 1978-), 스코틀랜드 태생의 니얼 캠벨 스트라찬(Niall Campbell Strachan, 1986-) 등과 함께 요즘 세계 미술시장에서 약진하는 젊은 스페인 작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만화영화의 스틸컷을 옮겨온 듯한 후안 드 라 리카(Juan De La Rica, 1979-)의 작품과 더불어 호세 레르마(Jose Lerma, 1971-)의 아크릴 작품이 보여주는 감각이 산뜻하다.     


에드가 플랜스 <NBA Game on Exhibition - 150cm Jordan Wood Sculpture>(2022)


올해 키아프×프리즈 기간에 맞춰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연 스페인 작가 에드가 플랜스(Edgar Plans, 1977-)의 입체 작품이 전시장 중앙을 장식했다. 미국 프로농구 NBA 게임 전시에서 선보인 것으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150cm 크기의 나무로 제작했다. 에드가 플랜스는 지난해 세계 최대 온라인 미술시장 아트시(Artsy)가 조사한 떠오르는 작가 2위에 올랐을 만큼 요즘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세계 각지에는 좋은 미술가들이 많다. 다만 우리가 접하지 못했을 뿐. 이런 작품들은 경매 프리뷰 전시가 아니면 국내에서 만나보기가 어렵다는 점. 또 하나, 이번 경매의 위탁수익금 일부는 국외 소재 한국 문화유산의 환수 지원과 보존 복원 사업에 사용된다고 한다. 의미 있는 나눔이다. 출품작은 경매가 진행되는 13일(수) 오후 2시 전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정보

제목: 서울옥션 온라인 기획 경매 <컬렉터스 룸> + <프라이빗세일>

기간: 2023년 12월 13일(수) 오후 2시까지

장소: 서울옥션 강남센터 3층, 지하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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