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자미술관]⑫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이신자, 실로 그리다>
도슨트 설명과 전시장에 발을 들인 시각이 공교롭게도 겹쳤다. 평소 도슨트 설명을 듣지 않지만, 이 전시는 그래서 예외로 하기로 했다.
이신자는 우리나라 1세대 섬유공예가로 꼽힌다. 섬유예술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이미 다양한 재료로 자기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선구자다. 바느질이 무슨 예술일 수 있느냐는 편견에 맞서 섬유예술의 폭과 깊이를 확장했고, 그런 작가적 여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한 교육자였다.
이번 전시는 반세기를 헤아리는 작가의 생애와 예술을 회고하는 자리. 1부 <새로운 표현과 재료>에서는 1955년부터 1969년까지 초창기 작업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작가를 대표하는 태피스트리 작업을 모았다. 1972년 이신자가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출품한 <벽걸이>(1971)는 우리나라 태피스트리의 출발을 알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3부 <날실과 씨실의 율동>은 1984년부터 1993년까지 원숙기에 이룬 예술을, 마지막 4부 <부드러운 섬유-단단한 금속>은 태피스트리에 금속을 고정한 새로운 작업을 보여준다.
작품의 앞과 뒤를 다 볼 수 있도록 과천의 원형전시장을 활용한 것이 특징. 전시장 중앙 기둥을 빙 둘러 설치된 가로 19m의 대작 <한강, 서울의 맥>은 작가가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장장 3년에 걸쳐 완성한 사상 최대의 섬유예술 작품이다. 벽에 걸린 <연관>이란 작품은 언뜻 전광영을 떠올리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