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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Mar 06. 2024

혼자 사는 이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석기자미술관]㉙ 보안여관 사진전 <41.6% 1인 가구>

 

동자동 쪽방촌을 촬영한 지 만 13년이 되었다.

그동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방문했으니 천 번 넘게 갔을 것이다.

처음에는 쪽방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찍으러 갔고, 몇 번 촬영 후에 끝내리라 생각했다.

어느 날, 사진을 찍고 돌아가려는 나에게 쪽방에 사는 분이 물었다.

“언제 또 와요?”

얼결에 다음 주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그다음 주에도 똑같이 물었고, 나는 똑같이 대답했다.

대답은 약속이 되었고 약속이 이어지는 사이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빵이나 라면이 아니었다.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아무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투명 인간 취급했다.

자선의 대상일 뿐이었다.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분들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나는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 사진가 김원

 


어머니가 궁금했다.

지금 무얼 하고 계실까? 밥은 드셨을까? 주무시고 계실까? 집안에서 넘어지거나 다치진 않을까?

그런 염려와 걱정에 자식들은 홈캠을 설치했고,

어플의 ‘카메라아이’를 통해 팔순 넘은 노모의 일상을 스마트폰으로 지켜본다.

어머니가 평생을 의지해온 성모마리아처럼, 전지적 시점에서.     



민영분. 1938년생. 경기도 여주.

서른에 결혼해 자녀 셋을 두었고, 양육과 집안일과 직장생활을 겸했다.

예순둘에 남편과 사별했다.

그 후 20년 넘게 주체적인 일인가구로 살았다.

혼자 지내시는 게 아슬하게 느껴질 즈음 자식들과의 합가를 제안했지만,

어머니는 혼자 살 수 있을 때까지, 혼자 사시길 원하셨다.

그 뜻에 따라 2022년 출장요양보호시스템 안에 편입되셨다.

올해 86세, 도시 여성 1인 가구로, 대한과 입추, 처서와 상강, 입동을 지났다.  

     


일인가구 프로젝트에 무람하게도 ‘어머니’를 대상화한 이유는

이렇게라도 어머니와 나에게 놓인 삶의 동선을 포개고,

사진의 기록성을 빌어 어머니의 시간을 지상에 붙잡아 두고 싶은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 사진가 이한구


 


혼자 사는 이유와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의 우려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청년들의 경우 기꺼이 혼자 살기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로 한 사람들을 만났다.     



청년들의 말들에는 ‘자유’와 ‘혼자만의 시간’, ‘좋아하는 것들’이 자주 등장했다.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 ‘정책적 지원 필요’ 같은 말들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는 점이다.

1인 가구의 급증은 어쩌면 시대적 산물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지금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 깊다.

 - 사진가 최형락     



나에게 고시원은 희망이었다.

서울 생활을 해보겠다고 무작정 고향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고시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고시원은 원래 고시생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주 형태로 시작했지만,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면 살 수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그곳에 머물던 나에겐 당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처음 본 사람에게 “저 고시원 살아요.”라고 말했고,

그는 “고시 준비 중이에요?”라고 되물었다.

나는 기분이 언짢았다.

마치 내 공간이 부정당한 듯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가 이런 보편적인 반응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고시원에 고시생만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가 몰랐기 때문이었다.

 - 사진가 심규동  

   

  


<잠> 연작은 1인 가구로 30여 년 살았던 경험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

예전부터 담요 위에 누워 자는 사람을 그리려 했었고, 실제로 몇 작업을 하기도 했었다.

혼자 살면서 특히 힘들 때는 몸과 마음이 아플 때이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몸이 아픈데 호소할 곳도,

도움을 받을 수도 없을 때 느끼는 우울과 고독감은 뼈가 저리다.

이 점은 정확히 그 점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를 표현하려 했다.

 - 사진가 강홍구     



41.6%. 전체 가구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재단법인 숲과나눔이 지난해 작가 9명을 선정해 사진 촬영과 작품 제작을 지원했고, 이번 전시는 그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다. 더불어 ‘1인 가구 사진포트폴리오 공모’에서 당선된 7명의 사진까지 더해 작가 16명의 작품 83점을 선보인다.     


전시 정보

제목: 41.6% 1인 가구

기간: 2024년 3월 31()까지

장소통의동 보안여관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문의: (재)숲과나눔 전시담당자 02-6318-9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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