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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May 10. 2024

다시 문을 연 간송미술관, 이제 어디로?

석기자미술관㊽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

     


간송미술관이 1년 7개월에 걸친 보수 복원 공사를 마치고 새 전시로 다시 돌아왔다. 정확히 2년 전에도 간송미술관은 7년 이상 굳게 닫아놓았던 문을 열고 <보화수보(寶華修補) - 간송의 보물을 다시 만나다> 전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아 보존 처리한 소장품을 모아 선보였다. 당시 미술관 앞에 다목적 수장고를 지어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미술관의 오랜 숙원이었다.     


전시 때마다 장사진7년 만에 다시 문 여는 간송미술관 (KBS 뉴스9 2022.04.15.)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441597     


이한복 <북단장>

     


1934년 그동안 모은 문화유산을 수장하고 연구할 터를 물색하던 간송 전형필은 지금의 성북동 일대 땅 1만여 평을 사들였다. 위창 오세창은 이 땅에 북단장(北壇莊)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그해 일본인 수장품이 경매에 나오자 당시 집 한 채 값을 주고 돌호랑이 한 쌍을 사들여 북단장 입구를 지키게 했다.     


보화각 공사 사진
보화각 옛 사진
보화각 개관 기념 사진

     

1938년 전형필은 북단장에서 가장 전망 좋은 자리에 미술관을 지었다. 설계는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로 꼽히는 박길룡이 맡았다. 보화각(葆華閣)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사립미술관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보화각 개관 당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커다란 석호(石虎) 한 쌍이 건물 입구에 놓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동안 다른 곳으로 옮겨져 보관됐던 그 호랑이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     



간송미술관은 전시실 내부 사진 촬영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에 가져온 사진은 모두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도자료로 제공한 것이다.     



1층 전시실에서는 북단장 개설과 보화각 설립 과정을 보여주는 각종 도면 자료가 문화재청의 비지정 문화유산 보존 처리 사업을 통해 온전한 상태로 공개된다. 전형필은 건물 못지않게 유물을 전시할 진열장 제작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당시 참고했던 진열장과 가구 도면도 선보인다. 당시 진열장은 일부 수리 복원을 거쳐 이번 전시에도 사용됐다.     


<박길룡건축사무소-북단장 양관 신축공사 설계도(각 평면 및 모습)>
<미쓰코시 경성지점 가구장식부-보화각 조감장 설계도(No.4)>
전형필 <일기대장>

     

아울러 북단장 개설을 축하하고자 안종원, 김태석, 이한복이 저마다의 글씨로 쓴 서예작품을 비롯해 보화각 설립을 기념하는 의미로 위창 오세창이 쓴 보화각 정초석과 현판 등이 함께 진열된다.    


  

오세창 <보화각>

   

보화각 건물이 2019년 12월 30일 국가등록문화재가 되면서 보수 복원에 국비를 지원받을 근거가 마련됐고, 국비와 시비 23억 원을 들여 1년 7개월에 걸친 보수 복원 공사를 통해 건물을 전체적으로 손봤다. 옛 모습은 보존하되 현대적 전시 설비와 편의시설을 더했고, 간송 전형필의 서재와 온실 등은 옛 모습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2층 전시실에서는 간송이 수집한 그림이 수리 복원을 거쳐 처음으로 선보인다. 조선 철종 대의 어진화사 조중묵(趙重黙, 1820년경~?)의 <도원도(桃源圖)>, 1908년 대한제국을 찾은 일본 화가 사쿠마 데츠엔(佐久間鐵園, 1850~1921)이 고종의 어명으로 제작한 <이백간폭도(李白看瀑圖)>, 1930년 제9회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작인 노수현(盧壽鉉, 1899~1978)의 <추협고촌(秋峽孤村)>, 매화 사랑으로 유명한 청대 문인 오숭량(吳崇梁, 1766~1834)의 은거지를 그린 김영(金瑛, 1837~1917년경)의 <부춘산매화서옥도(富春山梅花書屋圖)>가 나왔다.     


사쿠마 데츠엔 <이백간폭도>

    

조선 후기에 나비 그림으로 유명했던 남계우(南啓宇, 1811~1888)와 고진승(高鎭升, 1822~?)의 나비 그림 2폭 대련, 일본 화조화풍에서 영향을 받은 이도영(李道榮, 1884~1933)과 김경원(金景源, 1901~1967)의 화조화 2폭 대련이 공개된다. 특히 고진승의 작품은 기록으로만 전하던 실물의 첫 공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고진승 <화접도>


철종과 고종의 초상화를 그린 화원화가 백은배(白殷培, 1820~1901)의 <백임당풍속화첩(白琳塘風俗畵帖)>은 아홉 장면 가운데 네 장면이 처음으로 선보인다.      


백은배 <양회초야>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1888년 대한제국 주미공사 일행을 따라 미국에 간 화가 강진희(姜璡熙, 1851~1919)가 청나라 공사관원 팽광예(彭光譽, 1844~?)와 교분을 맺고 함께 꾸민 합작 화첩 <미사묵연 화초청운잡화합벽첩(美槎墨緣 華初菁雲襍畵合璧帖)>이다. 화첩에는 두 사람의 그림 8점이 실렸는데, 그 중에서 조선 화가가 그린 최초의 미국 풍경화로 기록된 강진희의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도가 공개됐다.     


강진희 <화차분별도>

    

[단독] ‘최초의 미국 풍경화’ 그린 조선 화가의 숨은 그림 찾았다 (2022.10.10.)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574892     


1922년 5월 71세를 맞은 민영휘(閔泳徽, 1852~1935)의 망팔(望八)을 기념해 꾸민 서화 합작 병풍 <축수 서화 12폭 병풍(祝壽書畵十二幅屛風)>은 12폭이 분리된 채 따로따로 보관돼오던 것을 이번 전시 준비 과정에서 본래 하나의 작품이란 사실이 확인돼 미술관 유물관리팀이 온전한 병풍으로 복원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밖에 1918년 6월 16일 발족한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가 단체 ‘서화협회’ 창설을 기념하고자 서화가 14명의 그림과 글씨를 모아 제작한 <서화협회기념첩(書畵協會紀念帖)>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1층과 2층 모두 공간이 좁아 제대로 된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금도 간송미술관을 사람들이 찾는 까닭은 이곳에 와야만 볼 수 있는 우리 옛 그림과 글씨를 보기 위해서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다시 또 보고 싶은 그 마음이다. 대구 간송미술관도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라는데, 서울에 있는 공간을 앞으로 전시에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하다.     


전시 정보

제목: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

기간: 2024년 6월 16일까지

장소간송미술관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02-11)

문의: 02-744-7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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