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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Aug 20. 2024

사람과 사람을 잇는 그림…윤기원의 ‘얼굴’

석기자미술관(82) 윤기원 개인전 <얼굴 FACE>

볼빨간 소녀, 2024,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12×162cm



한때 미술을 주제로 유튜브를 해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주변에서 부채질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못 이기는 척 시장 조사란 걸 해봤다. 음, 안 되겠군. 지레 포기하고 말았다. 20년 넘게 마이크 잡고 취재 현장을 누볐지만, 유튜브는 애초에 내 길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미술 콘텐츠가 한국 유튜브에서 성공한 사례를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섹시 가이, 2024,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62×130.3cm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2018년에 개설된 ‘공셸TV’는 가장 모범적인 미술 채널이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던 이 채널이 ‘윤기원의 아티스톡’이란 타이틀로 작가 탐방 콘텐츠를 시작한 것은 2019년 8월 21일이었다. 이후 가장 최근에 공개된 최제이 작가 편까지 그동안 쌓아 올린 에피소드가 어느덧 174편에 이른다. 지금도 채널 구독자는 4만 명에 못 미친다. 하지만 공셸TV가 구축한 아카이브는 독보적이다. 그러니 구독, 좋아요, 잊지 말자.     


시대를 담은 미니멀 인물화윤기원 작가의 작업실 [공셸윤기원의 아티스톡 EP.173

https://www.youtube.com/watch?v=VI27zJO3iBE     


파랑머리 소녀, 2024,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35×24cm



윤기원 작가는 공셸TV의 진행자다. 그는 우리 시대 미술가의 작업실을 찾아가 그들이 작업하는 모습과 그들이 하는 말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 저널리스트의 일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 자신이 화가이기 때문이다. 화가 윤기원이 개인전을 연다. 장소는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도로시살롱. 도로시(圖路時)는 ‘그림을 찾아가는 시간’이란 뜻이란다. 언젠가 김남표 작가가 좋은 갤러리라고 했다. 김남표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핑크머리, 2024,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12×162cm

   

전시장에 걸린 얼굴들을 나는 모른다. 화가도 전혀 모른다.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이곳저곳에서 채집한 사람들의 얼굴.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른다. 뭐 하는 사람들인지도 알 길 없다. 처음에는 누가 봐도 다 알 만한 얼굴을 그렸다. 첫 그림의 주인공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었다. 유명인을 그리면 반응이 즉각적이다. 그러다 차츰 주변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델처럼 세워 그리기도 했고, 셀카를 받아서 그리기도 했단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금은 전혀 모르는 얼굴을 그린다. 유명에서 익명으로, 특수에서 보편으로. 그러니 분명히 하자. 윤기원의 그림은 팝 아트가 아니다.     


(좌) Her, 2024,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22×35cm (우) 스트라이프 B, 2024,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35×27cm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꾸는 것, 예술가의 일이다. 윤기원의 그림은 어쩌면 평생 한 번 마주치지도 않을 어떤 낯선 이를 관람객과 만나게 한다. 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사회로 나가야 할 시점이 됐을 때 화가는 스스로 물었다. 나는 뭘 그리고 싶지? 이럴 때 생각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가 닿는다. 사람을 그리고 칭찬받았던 기억. 그래서 인물을 그리게 됐다는 것.     


 

풍경화가가 풍경을 깊이 들여다보듯, 사람을 그리기 위해선 누구보다 깊이 그 사람을 관찰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인구는 80억. 그 많은 사람 중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화가는 몇 가닥의 선과 몇 가지 색으로 그 ‘다름’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예술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그림의 모델과 화가가 이어지고, 완성된 그림을 통해 그림 속 인물과 관람객이 만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그림이.     

그러므로 윤기원은 ‘연결자’다.     


전시 정보

제목윤기원 개인전 <얼굴 FACE>

기간: 2024년 8월 25()까지

장소도로시살롱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5-1 3)

문의: 02-720-7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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