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자미술관(116) 칸옥션 11월 미술품 경매 프리뷰
추사 김정희의 운치 있는 현판 글씨 ‘백련선방(白蓮禪房)’이 칸옥션 경매에 나왔다.
세로 16cm, 가로 79.5cm의 종이에 가는 붓과 엷은 먹으로 쓴 아담한 현판이다. 김정희는 짙은 먹을 선호했지만, 이같이 담백한 글씨도 썼다는 점이 이채롭다. 누군가의 당호로 써주었을 법한 이 글씨에서 흰 백(白) 자는 금문(金文)의 형태를 취해 글자의 외형을 직사각형이 아닌 삼각형으로 써 단순미를 느끼게 하며, 해서체보다 한 획을 줄여 깔끔함을 더했다. 연꽃 연(蓮), 선 선(禪)과 방 방(房) 자의 첫 획의 담묵이 자연스레 번져나간 것도 어색하지 않다. 연(蓮) 자의 책받침을 길게 빼서 글씨 아랫부분에 안정감을 더했고, 선(禪) 자의 네모진 획을 모나지 않게 둥글게 돌려 딱딱한 직선의 획을 부드럽게 눙친 효과를 보고 있다. 마지막 방(房) 자는 방(方)의 가로획을 오른쪽으로 길게 빼서 씀으로써 전체적인 글자의 조형이 넉넉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줬다.
왼쪽 아래에 주문방인으로 찍힌 추사(秌史) 인장의 답인(踏印) 상태가 1853년경에 쓴 「송백인 오언시」(정벽 후손가 소장)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보아 추사의 과천 시절 작품으로 추정된다.
추사박물관이 2018년에 펴낸 도록 『추사서화파』 20쪽에 다섯 번째 도판으로 실렸다. 경매 추정가는 3천만 원에서 7천만 원. 11월 18일(월)부터 27일(수)까지 서울 인사동 칸옥션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